[주한미군 전력증강]對北경고-美軍감축 우려 씻기 '2중 포석'

  • 입력 2003년 6월 1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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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1일 공개한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 계획은 그 시기와 규모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핵 위협’을 고수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동시에 미국의 세계 주둔 미군 재편 전략에 따른 전력의 ‘질적 탈바꿈’이라고 분석했다.

▽전력 증강 내용=이번에 공개된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 계획은 100여개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속배치여단(SBCT·Stryker Brigade Combat Team)의 한국 배치. 현재 미 본토에서 시험 운용 중인 SBCT는 고성능 경장갑 차량과 전차 파괴용 유도미사일을 갖춘 전투차량, 핵 및 화생방물질 정찰차량, 공병대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 여단이 보유 중인 장갑차는 미국의 주력전차인 M1의 전투력에 손색없지만 무게는 3분의 1(20t)에 불과해 수송기를 통한 신속한 배치가 가능하다.

한미 양국이 1일 발표한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앞으로 한국에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 무인정찰기(UAV) 프레데터(위)와 구형 공격 헬기를 대체할 아파치 롱보.-동아일보 자료사진

이 같은 경량화 덕분에 SBCT는 세계 어디든 96시간 내 배치할 수 있으며 사단급 전력까지 갖추고 있어 주요 분쟁사태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또 이라크전에서 처음 실전 배치된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은 구형(PAC-2)에 비해 명중률이 두 배 이상 높다. 또 프레데터와 같은 무인정찰기(UAV)는 정찰임무 이외에 초정밀 유도폭탄과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해 공격도 할 수 있다.

▽의미와 배경=앞으로 주한미군의 재배치나 감축이 ‘전력약화’나 ‘안보공백’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합의했었다.

국방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눈부신 첨단군사력으로 인해 병력 수는 더 이상 전력의 척도가 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또 실제로 미군 해외 주둔정책이 ‘단순 주둔’에서 ‘유사시 전개능력’으로 바뀐 만큼 주한미군도 주일미군이나 주독미군처럼 분쟁 지역에 파견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첨단전력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B-1, B-52 폭격기의 괌 배치, 칼빈슨 항모와 F-117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배치에 이어 공개된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 계획은 북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당초 전력 증강 계획 공개에 신중론을 폈으나 미국측은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공개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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