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30…아메 아메 후레 후레(6)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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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코의 머리카락을 둥실 부풀렸던 바람이 노랫소리를 싣고 우곤의 귓불을 스쳤다.

‘아라아라 아노코와 즈부누레타 야나기노 네가타데 나이테 이루’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데 큐큐 파파 소녀의 노랫소리가 끊겼다 큐큐 파파 “안녕하세요!” 등뒤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자 큐큐 파파 한 가운데 소녀가 발돋움을 하면서 오른손을 들었다 “힘 내이소!” 고맙다! 나는 대답하고 얼굴을 돌렸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단발머리 귀여운 여자애였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누나는 열한 살에 죽었으니까 늘 열한 살이다 나는 내년 4월이면 열아홉 살 죽어서 다시 만나면 누나는 나보다 나이가 적을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는 몇 살에 죽을까 큐큐 파파 어디서 죽을까 큐큐 파파 가다르카날 섬? 솔로몬 섬? 미얀마? 뉴기니? 호주? 큐큐 파파 중국?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은 왜 아무 말이 없을까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달리는 것일 텐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말을 꺼내기가 힘든 것인가 뭘까 답답하다 큐큐 파파 내가 먼저 물을까 큐큐 파파 아니지 그냥 기다리자 형이 말을 꺼낼 때까지 그냥 달리면 된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그건 그렇고 아직도 술 냄새가 풍긴다 매일밤 술을 마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나는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술 냄새는 땀에서도 나는 것일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조금 더 속도를 올려볼까 몸 속에 숨을 가둬둘 수 없게 되면 말을 뱉을지도 모른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의 얘기를 듣고 나면 내일동 권투 클럽에 가야 한다 해가 지기 전에 가야지 안 그러면 불이 없어 연습할 수 없다 휘잉 휘잉 비학산의 녹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큐큐 파파 녹음의 바다다 매미들의 대합창 끝도 죽음도 없는 파란 하늘 눈부시다! 여름이다! 오늘밤에는 밤새 달려나 볼까 창틀에다 운동화를 올려놓고 온 집안이 조용해지면 살짝 빠져나가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덥다! 공기 자체가 열을 띠고 있는 것 같다! 휘잉 휘잉 바람이 뒤에서 불어온다 바람을 앞지르자!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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