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남대교수 4명 '새만금 대안'…"개발-보존 동시에"

  • 입력 2003년 6월 1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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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은 우리 삶의 터전.” 새만금 갯벌은 방조제로 거의 막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한 어민이 모시조개를 캐고 있다.-부안=이종승기자
“갯벌은 우리 삶의 터전.” 새만금 갯벌은 방조제로 거의 막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한 어민이 모시조개를 캐고 있다.-부안=이종승기자
세계 최대의 새만금 간척을 놓고 강행과 중단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호남지역 교수들이 개발과 보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새 대안을 내놔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안의 핵심은 갯벌의 숨통을 끊는 최종 물막이를 중단하고 방조제 미공사 구간 3곳을 다리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갯벌을 살릴 수 있어 바다공원과 갯벌공원이 어우러지는 국내 최대의 해상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구상은 전북대 오창환 교수(지구환경과학) 주도로 이 대학 홍성훈(경제학) 권혁철 교수(관광학)와 전남대 전승수 교수(지구환경과학)가 함께 만들었다. 오 교수는 “간척농지를 만드는 것보다 갯벌을 살려 바다공원과 갯벌공원을 만드는 것이 전북지역의 경제에 훨씬 이롭다”고 강조한다. 일부 전북지역 단체들도 수용의 뜻을 나타냈다.

길이 33㎞의 새만금 방조제는 이미 90% 가까이 공사가 진행돼 길이 4.5㎞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도 폭 1.8㎞ 두 곳과 폭 0.9㎞ 한 곳 등 3곳이 뚫려있어 바닷물이 유통되고 있다.

4명의 교수가 내놓은 신구상은 방조제를 철거할 게 아니라 방조제에 모노레일을 깔고 미공사 구간 3곳을 현수교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명사십리로 유명한 선유도와 신시도 등 천혜의 고군산군도를 육지와 연결해 해양공원으로 만들자는 것.

특히 다리를 통해 해수가 유통되면 방조제 안쪽의 갯벌과 바다를 살릴 수 있어 갯벌 생태관광지와 공동어로장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육지의 변산반도국립공원과 연계하면 바다-갯벌-산림이 어우러지는 ‘관광특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간척을 하지 말자는 주장은 아니다. 애초 계획보다 간척면적을 7분의 1로 줄이자는 것. 군산시 근처의 갯벌을 1200만평 매립해 첨단산업 및 영농단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개흙이 쌓여 기능을 잃어가는 군산항을 대신해 방조제 한 가운데 신시도 일대를 신항만과 풍력발전단지로 개발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전북대 오 교수는 “갯벌이 이미 죽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해수 통로가 열려있는 한 갯벌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방조제 안쪽의 갯벌에서는 매일 수백명이 조개를 채취해 하루 5만∼8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고 아직도 동죽과 맛의 최대 생산지라는 것.

물론 예전만큼은 조개나 물고기가 잡히지는 않는다. 전남대 전 교수는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공사에 필요한 골재의 60%를 갯벌에서 퍼 올린 모래로 충당하면서 갯벌을 훼손한 게 주요인이다”고 말한다.

지금도 갯벌의 원료인 부유물질은 먼 바다에서 계속 공급되고 있다. 비록 해수 통로는 좁아졌지만 유속이 빨라지면서 통로의 수심이 20m에서 40m로 깊어져 바닷물이 충분하게 내만으로 공급되고 있다.

특히 전 교수가 지난 1년 동안 방조제 안쪽의 갯벌을 조사한 결과 계절에 따라 개흙이 10cm 이상 쌓였다가 깎여나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갯벌이 여전히 숨쉬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이다.

전 교수는 “서해안 갯벌은 계절풍 때문에 여름에는 개흙이 쌓였다가 겨울에는 쓸려나가기를 반복하면서 썩은 유기물이 자연 정화된다”며 “하지만 완전히 물막이를 하면 나중에 방조제를 해체해도 갯벌이 속까지 썩어 되살리는 데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유속이 빨라진 곳에 다리를 세울 수 있을까? 서해대교를 설계한 DM엔지니어링 대표 김우종 박사는 “외국에서는 교각 사이 거리가 1990m나 되는 다리도 있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지반을 조사해보아야 어떤 다리를 놓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과 보존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이들의 ‘대타협’ 시도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전북대 오창환교수 "농지는 경제성 없어… 생태휴양지로 가야”▼

“방조제에 가로막혀 육지가 되는 어촌 가운데 ‘수라’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음식을 공급해 붙은 이름이지요. 그만큼 새만금 갯벌은 많은 조개와 생선을 제공해주던 젖줄이었습니다.”

전북대 오창환 교수(지구환경과학·사진)는 수천년 동안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새만금 갯벌의 숨통이 끊어져 가는 것을 안타까이 지켜보아 왔다. 그러던 중 삼보일배로 다시 새만금 사업이 논쟁에 휘말리자 갯벌과 전북 경제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안을 찾아 지난 두달 동안 동료 교수들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에는 1조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앞으로 최대 28조원의 엄청난 돈이 있어야 농지, 공단과 담수호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오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검토해 본 결과 5조5000억원 정도면 다리, 신항만, 첨단산업단지 등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쌀이 과잉 생산돼 농림부가 올해 13만ha의 논에 대해 휴경보상비를 주는 상황에서 농지 확보를 위한 간척은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독일에서는 갯벌 생태관광지에 매년 150만명이 찾아와 평균 10일 정도를 머물고 갈 만큼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며 “지난해 새만금 지구에 다녀간 관광객만도 116만명이나 되는 데다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갯벌을 보존할 경우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 교수팀의 생각에 전북 내의 여러 환경단체, 경실련, 적지 않은 기독교인과 원불교인들이 찬동했다. 환경부 장관에게도 이 안을 설명했으며 청와대도 자료를 요구해 보내주었다. 그와 동료 교수들의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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