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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김응한/'노'라고 할수있는 은행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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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김응한/'노'라고 할수있는 은행돼라

입력 2001-04-02 18:29수정 2009-09-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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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정부 주도로 수차례에 걸쳐 이뤄진 구제금융은 한국 금융계를 보는 국내외 시각을 많이 자극했다. 잠재해 있던 한국경제 비관론이 다시 머리를 들었고 증시에는 계속 악재로 작용하는 것 같다.

▼'얌체경영' 이 금융개혁 시작▼

이런 정부의 금융정책에 드물게 도전한 인사는 국내 J은행의 외국계 은행장이다. J은행은 국내 은행들이 참여하는 구제금융에 정부의 수차례 권유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얌체경영"이라고 비난했다.

국내은행 경영진들은 그를 미워하면서도 한편 부러워한다. 마지 못해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판에 한 은행이 빠지면 나머지 은행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미운 것이다. 한편 과감하게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 개입을 거부할 수 있는 이 '얌체경영'이 바로 선진 금융기법이요, 금융개혁의 시작이다. 국내 은행도 외국계 은행장과 같은 용기로 자율경영을 하면 금융개혁은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은행 경영진들은 심심찮은 정부의 권유 를 거역하기 힘들다. 은행 인사에 정부가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어도 후임자가 자율경영을 계속한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주장은 다르다. 막상 은행에 자율경영을 주문해도 은행이 원치 않거나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안전한 대출만 선호하고 위험성이 있는 사업에는 대출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장래성이 있는 대기업의 일시적 자금위기를 막을 수 없고 중소기업 육성도 안된다는 논리다.

누구 말이 맞을까. 위험성이 있는 사업의 대출을 따져보면 된다. 위험성이 있는 사업에는 위험한 만큼 수익성이 높아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사업과 수익성이 따라주지 못해 가치를 파괴하는 사업이 있다. 문제는 정부의 개입과 권유가 필요한 경우는 가치를 파괴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가치를 창조하는 사업에는 정부의 권유가 없어도 은행이 기꺼이 대출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성이 크면 그만큼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의 차별화도 선진 금융기법이다.

금융 후진국일수록 금리 차별이 적고 대출금리가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건에서는 자금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게 된다. 시장원칙으로는 자격 미달인 기업까지 같은 금리로 대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은행의 여신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해 정치권과 정부에 잘보인 기업은 돈을 많이 빌리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후진국의 집권당과 정부의 힘의 원천이다.

과거 정부가 은행장을 마음대로 임명하고 은행을 통한 자금배분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정부의 힘은 막강해졌겠지만 그것이 바로 부패의 근원이 됐다. 또 시장원리를 무시한 자금 배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배분왜곡과 도덕적 해이는 국부를 파괴했다. 그 결과 많은 국내은행이 부실해졌고 그 부실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공적자금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국책은행 빨리 민영화해야▼

국민의 복지와 국부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가 정치적 힘보다 국가와 국민을 중시한다면 은행업무를 자율에 맡겨야 한다. 최근 국책은행으로 바뀐 많은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도 빨리 민영화함으로써 정부의 진의를 국민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 정부가 계속 은행업무에 개입하고 국책은행의 민영화를 늦추면 국부는 계속 파괴될 것이다. 당연히 국민과 시민단체는 이에 반대해야 한다. 기업들도 왜 우리에게 올 자금을 빼돌리느냐고 항의해야 한다. 은행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여신 총액에는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요구가 실현되려면 양심있는 정치인이 많아야 하고 정당한 선거비용으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정치개혁 없이는 정부개혁이 이뤄질 수 없고 정부개혁 없이는 금융개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정치인, 정부가 모두 노력하고 국내 은행가도 외국인 얌체은행가 처럼 용기있는 자율경영을 할 때 모두가 금융개혁의 선구자이자 최고 공신이 되는 것이다.

김응한(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겸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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