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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폭력-선정 위험수위…시청률경쟁이 근본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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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폭력-선정 위험수위…시청률경쟁이 근본원인

입력 2000-08-02 23:19수정 2009-09-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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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선정성 및 폭력성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이 2일 ‘전쟁’을 선언하고 나설 정도로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시민단체 등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방송사들의 개선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날 박장관이 문제 사례로 제시한 TV 3사의 프로는 KBS1의 ‘왕과 비’, MBC의 ‘뉴스데스크’, SBS의 ‘뉴스추적’ 등 28개나 된다. 이들 프로들은 올해 초부터 7월 중순까지 과도한 노출이나 폭력 묘사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나 경고를 받았다.

‘왕과 비’는 망나니가 목을 베는 것을 방영하면서 머리가 동강나 거꾸로 떨어지는 장면을, ‘뉴스데스크’는 성인전용사이트의 인터넷 주소를 노출하거나 10대 윤락녀와의 인터뷰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또 ‘뉴스추적’은 성인 인터넷 방송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다리 속에 카메라를 들이민 장면을 방영하기도 했다.

특히 여름인 최근에는 납량물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의 선정 폭력성이 더욱 심해진다. 7월말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는 다이빙대에서 떨어진 여자 출연자의 가슴이 노출된 장면이 그대로 방영됐으며 일요일 오전에 방영하는 SBS ‘러브게임’도 수영장에서 물로 떨어지는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을 수중 촬영하면서 몸매를 비추는 데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지상파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 문제는 3월13일 방송위가 출범하면서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 김정기(金政起) 방송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훼손하는 프로에 대해 경종을 울린 바 있으며 박장관이 이번에 TV프로그램의 선정 폭력성 추방을 강력히 선언한 이유도 봄개편 이후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내용의 심의와 규제는 방송위원회의 권한인데도 박장관이 ‘방송 프로의 정화’ 선언에 맞먹을 만큼 강력한 경고를 내린 데 대해서는 ‘월권 시비’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출범 5개월밖에 안된 방송위원회를 제치고 박장관이 전면에 나선 것은 방송 행정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장관도 정부의 방송정책 월권개입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문화부는 정책부서로서 방송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며 구체적인 조치와 정책집행은 방송위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관은 특히 “방송위원회도 현재와 같이 총체적 도덕불감증 사회로 이끄는 방송 내용에 대해서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기 바란다”며 방송위원회의 현행 규제 기준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방송위가 박장관의 발언 직후인 이날 오후 방송협회 회장단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방송의 공익성 제고 방안을 결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자 방송위와 일선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규제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못 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장관이 이처럼 ‘총대’를 메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과연 독자적인 결정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윗선’에서 이와 관련한 언급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권상(朴權相)KBS사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프로그램의 선정성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라”라고 지시한 것도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학계와 방송제작진은 박장관의 발언에 대해 불만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동찬(尹東燦) PD연합회장은 “선정적 프로그램은 규제만으로 없어지지 않으며 그것을 부추기는 시청률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구조적 측면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상현(姜尙炫·신문방송학)연세대교수는 “방송에 대한 규제는 자율이 원칙이며 주무장관이라고 해도 경고성 소신 발언보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규제하도록 관계기관에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며 “특히 장관이 방송사를 규제하려는 것은 시대 흐름이나 새 방송법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는 과잉 반응”이라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올해 방송위원회 선정 및 폭력성 관련 경고사례

방송사프로그램(방송날짜)방송내용
SBS뉴스추적(7.11)인터넷 성인채널 현황과 문제점을 보도하면서 상반신 누드와 다리 벌린 모습을 방영
SBS드라마 ‘불꽃’ 예고(5.6)남녀 주인공이 호텔방에서 키스하며 서로 옷벗기는 장면을 어린이 시청시간대 방영
MBC아주 특별한 아침(3.1)다양해지는 속옷 경향을 소개하면서 속옷 패션쇼 장면과 여성 모델의 특정부위를 가까이 찍은 장면을 방영
MBCMBC스페셜(2.21)영화 ‘거짓말’에 대한 논란을 다루면서 여배우 상반신 누드, 정사장면, 서로 막대기로 때리는 장면 등 방영
KBS2RNA(7.25)극중 폭력배가 쇠파이프로 지훈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내려치는 장면 방영
KBS2성난 얼굴로 돌아보라(3.7)폭력배가 나이트클럽을 급습해 패싸움을 벌이면서 맥주병으로 머리를 치는 장면 등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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