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지는 최근 미국과 영국의 카라지치 체포 계획이 프랑스의 에르베 구르멜롱 소령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작년 카라지치와 일련의 비밀회합을 가진 뒤 카라지치 체포를 포기하도록 워싱턴을 설득하려 했다.
프랑스는 구르멜롱이 카라지치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같은 이중성은 실망스럽긴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아니다. 발칸분쟁 초기부터 프랑스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보스니아주둔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이었던 베르나르 장비에장군의 행동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5년 사라예보가 세르비아의 집중포격으로 고통받을 때 장비에장군은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공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르비아가 평화유지군을 억류했을 때도 평화유지 원칙을 내세워 장갑차 사용을 승인하지 않으려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믈라디치장군과 비밀접촉 라인을 만들었다. 구르멜롱은 이 불명예스러운 전통을 따른 셈이다.
카라지치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그가 숨어있는 팔레지역을 장악중인 프랑스가 최소한 수동적으로라도 협조해야 한다. 미국은 그러나 프랑스가 카라지치를 전범재판에 세우느니 차라리 계속 숨어있기를 바란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보스니아에 대한 배신행위가 될 것이다.
〈정리·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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