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동포의 오늘⑤/취재기]韓日 감정회복 시급

  • 입력 1998년 4월 27일 20시 21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그것도 불과 40여년 전에….”

10년전인 88년2월 홋카이도(北海道)신문 특별취재반의 일원으로 얼어붙은 사할린을 방문한 나는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가끔 메모를 하는 손이 떨리고 가슴이 막혀서 질문을 계속할 수 없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전후 태생인 내게 있어 사할린에 남겨진 한인문제 취재는 충격적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일본정부가 그전까지의 뻣뻣했던 태도를 바꿔 귀국자용 아파트 건설 등에 양보함으로써 한인들의 영주귀국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번에 동아일보 한기흥기자와 함께 검증취재를 하는 동안에 귀국 후의 생활지원과 사할린에 남은 사람들의 대책 등 아직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 연이어 밝혀졌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일을 생각하면 이런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들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그런 잘못을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이다. 사할린과 한국에서 이루어진 10년만의 검증 취재과정에서 영주귀국하는 한인들과 사할린에 남는 가족들의 눈물을 접하며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예지와 지혜를 짜내는 것이 우리들의 책무가 아닌가 계속 생각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양국 국민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교류를 계속해나가는 일, 그런 기회를 의식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첫번째로 꼽고 싶다.

메이지(明治)시대의 부국강병정책 이래 일본인들의 한반도에 대한 우월감과 도저히 지울 수 없는 한국인들의 대일 불신감. 그 원인의 대부분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그후 일본의 자세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양국이 지닌 이런 감정이 하루 이틀 사이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일한(日韓)관계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도 우리들은 이 일을 그만두어선 안된다. 교류를 계속함으로써 ‘등신대(等身大)’의 상대를 볼 수 있게 된다. 상대를 앎으로써 상대의 아픔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진짜 우호는 거기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일본 한국의 신문사가 합동취재, 동시게재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한가지 문제를 추적한 것은 의미있는 시험이었다고 생각된다.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우리들은 21세기를 앞두고 이제 힘을 합쳐 ‘일한우호’의 새로운 문을 열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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