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대란』 3월 4%폭락…86년이후 최대폭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일산 신도시 33평형 아파트에서 보증금 6천만원에 전세로 살던 장모씨(32)는 지난해 11월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3월에 전세금을 빼달라고 집주인에게 통보했다. 집을 줄여 작년에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을 낼 요량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중도금을 연체할 상황까지 몰리자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서울 신당동에서 전세금 4천만원에 24평형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강모씨(35)는 2월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96년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주인에게 집을 비우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최근 다니던 회사가 부도났고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강씨는 힘들게 장만한 새 아파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를 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전세금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전세계약이 만료돼 집을 옮기려는 세입자와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간에 분쟁이 급증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6일까지 10일간 접수한 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분쟁건수는 7백건을 넘는다. IMF 이전 부동산 관련 분쟁접수 건수는 월 평균 20건에 불과했다.

서울민사지법 합의 26부와 단독 25, 26부에 설치된 임대차 전담 재판부에 13일까지 접수된 재판신청건수도 3백건을 넘어섰다.

전세금과 집값이 동반 폭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도 정리해고 봉급삭감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택은행이 15일 발표한 도시주택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사철임에도 불구하고 3월중 전세금은 한달전에 비해 4.1%포인트 떨어져 86년 1월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중 전세금 2.4%포인트, 집값 1.3%포인트 하락폭보다 2배정도로 전세금과 주택가격이 점점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

전세금은 서울이 6.2%포인트로 하락폭이 가장 컸고 5개 광역시는 4.4%포인트 떨어졌다.

또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한달사이 3.8%포인트가 떨어져 한달 하락폭으로는 91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전세금 폭락이 두드러진 서울 수도권 지역 집주인들에게 세입자가 △직장 학교를 옮기거나 △부도 회사 직원 △봉급 삭감 등으로 전세금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 한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건교부는 그러나 2조원에 가까운 자금 확보가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김태호(金兌昊)부동산랜드 사장은 “전세 거래가 전체 부동산 거래의 70%를 차지한다”며 “현재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전세 시장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평인·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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