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인숙/『회초리든 마음 이해해줬으면』

  • 입력 1998년 4월 15일 07시 33분


봄내음이 한껏 와닿는 따뜻한 오후가 되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너를 때린 것 때문에 엄마는 마음이 시리도록 아프단다.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총명해 어릴 때부터 유난히 글을 빨리 깨우쳤던 너.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늘 1등만 하고 전과목이 모두 우수했던 네가 아니었니. 이 엄마가 보기엔 중학교 2학년때 너에게 사춘기가 온 것 같구나. 불행중 다행으로 어렵게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방황만 하고 있으니 이 엄마의 가슴은 찢어지게 아프단다.

3년만 고생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 3년을 허송세월하다 평생 고생할 수는 없지 않겠니. 제발 방황에서 깨어나 옛날처럼 공부에 열중해 주었으면 하는 게 엄마의 바람이다.

네 동생들도 있지만 장녀인 너에게는 첫정이랄까, 더욱 기대가 크구나. 시내에 사는 학생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많이 다니겠지만 너는 시골에서 통학하다보니 시간도 없을 뿐더러 아래로 동생이 둘이나 있어 너에게만 넉넉히 해줄 형편이 못된단다.

온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너의 아빠 또한 예외는 아니라 봉급이 많이 줄어서 어쩔 수가 없구나. 너는 현명하고 머리가 좋은 애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이 엄마는 네가 빠른 시일내에 마음을 정리하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너무 공부 얘기만 했구나. 건강에도 유의해야지.

요즘 부쩍 피곤해하고 어깨가 처진 너를 바라볼 때면 애처롭기 그지없구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 고르지 못한 요즘날씨에 감기 조심해야지.

너의 숨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준다면 이 엄마는 더 바랄 것이 없다. 후회 없는 여고생활이 되도록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모든 잡념을 떨쳐버리렴.

이인숙(경북 포항시 상송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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