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서울시 고용효과 부풀리기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31분


“어린애 분유값도 안되는 임금으로 딱 하루 일자리를 주면서 고용효과를 창출했다고 선전하면 어떡합니까.”

요즘 서울시가 발표한 실업대책을 뒤집어보는 시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실업대책의 고용효과가 터무니없이 부풀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0일 4만여명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강동구 하일동 가래여울마을 제방 축조사업을 6개월 앞당겨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4만명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고작 15억원. 한 사람에게 단 하루분의 임금 3만7천5백원을 주고 1명의 고용효과를 낸 것처럼 계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말 공공부문 취로사업을 9개 부문에 확대 실시, 모두 1만5천여명의 고용을 창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확보된 예산이 2억5천8백만원임을 감안하면 일당 1만7천원에 하루 일하는 사람을 모두 고용한 것으로 계산한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종합 실업 대책을 발표할 때도 91억원을 들여 모두 56만1천명분의 일자리를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일당 1만6천여원을 받고 하루만 일하는 실직자가 새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부풀려진 숫자. 2월 현재 서울의 실업자가 33만명임을 감안할 때 실제로 56만명분의 일자리가 생기면 일시적이나마 서울의 실업이 해결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재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최소한 3개월이라고 한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한달 최저생계비가 21만8천원임을 감안하면 91억원으로 한 가족이 3개월간 버틸 수 있는 65만4천원씩을 지급할 때 일시적인 고용효과는 1만3천9백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실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좀더 ‘인간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실업 대책도 ‘대외용’이 아닌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진영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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