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서 피 쏟으면 명창 될수없다』…홍기환교수 주장

  • 입력 1998년 4월 9일 07시 51분


“목에서 피가 서말이 나와야 명창이 된다.”

판소리 명창들 사이에 계율처럼 전해져 온 이 말에 대해 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반론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대 의대 홍기환(洪起煥·43)교수는 대한이비인후과 학회지 2월호에 발표한 ‘전통음악 및 서양음악 가수의 성대진동양상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판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리한 성대사용으로 심각한 후두질환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교수는 “많은 판소리 교사들이 득음(得音)을 위해서는 목이 완전히 잠겨도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목에서 피가 나올 정도면 의학적으로는 이미 성대가 망가진 상태”라며 “목이 잠겼을 때는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소리를 하는 분들이 성대 폴립(물혹)으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상 증세에도 불구하고 성대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더이상 판소리를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내에서 공명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서양음악과는 달리 대부분의 판소리는 마당이나 장터 등 개방된 장소에서 소리를 내질러야 하기 때문에 후두 및 경부 근육이 굳어지고 성대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는 게 홍교수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명창 이일주(李一柱·63·전북도지정 인간문화재)씨는 “그동안 수많은 명창들이 목이 완전히 잠겼을 때도 쉬지 않고 연습해 결국 목이 시원하게 트이는 것을 경험했다”며 “물혹이 의학적으로는 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구성진 판소리 가락을 자아내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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