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訪英 결산]국제금융계 호감 산 비즈니스外交

  • 입력 1998년 4월 4일 20시 01분


韓­佛정상회담
韓­佛정상회담
영국방문 일정을 마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몹시 고무된 표정이었다. 실제로 김대통령의 첫 정상외교는 성공작이었다는 게 현지 외교가의 중평이다. 가장 큰 성과는 국제금융계의 양대 본산중 하나인 런던에서 투자가들에게 한국의 확고한 개혁의지를 인식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모범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유럽 국가 정상들이 김대통령에게 각별한 호의를 표했다.

26개국 정상이 참석한 다자외교무대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세차례 회의에서 김대통령에게 정리발언(1차회의) 모두발언(2차회의) 인사말(3차회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의전상으로도 최상의 예우를 받았다. 의장성명서에 한반도문제가 포함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이 기회를 통해 금융위기의 피해당사자인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을 대변, 국제금융시장의 환투기 등 불공정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을 주장하고 ASEM 차원의 투자조사단을 아시아에 파견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주목을 끄는 제안을 했다.

이번 성과는 김대통령의 개인적인 신인도에 크게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연장선 상에서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와의 연쇄정상회담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대통령은 이들 회담에서 의전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장사꾼’(김대통령 표현) 모습을 보였다. 수행원들에게도 “나가서 뛰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비즈니스 외교로 일본과는 1백억달러의 2선지원, 중국과는 한국에 대한 해외여행자유지역 지정, 영국 및 프랑스와는 대한(對韓)투자조사단 파견 등에 대한 구체적 또는 긍정적인 약속을 받아냈다.

김대통령은 또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대한 봉쇄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에 의해 개방을 유도하는 것임을 국제사회에 천명함으로써 앞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지작업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김대통령의 활동은 이제 씨를 뿌린 정도다. 한국의 정정(政情)불안으로 개혁정책이 후퇴할지 모른다며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국제경제계와 금융계의 불안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씻어줄 수 있느냐가 앞으로 김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런던〓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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