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농구천재」 허재 『투혼도 살아있다』

  • 입력 1998년 4월 1일 20시 04분


97∼98 프로농구 결승 1차전이 벌어진 31일 대전충무체육관. 경기 시작하자마자 현대다이냇 맥도웰이 탱크처럼 골밑으로 돌진해왔다. 그러자 기아엔터프라이즈의 허재가 몸을 던져 다친 오른손으로 볼을 가로챘다. 이 순간이 결승전에 나서는 허재의 다짐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인 장면이었다.

허재는 LG와의 준결승전에서 오른손등 골절상을 당해 경기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담당의사는 무리하게 되면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허재는 반드시 뛰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고 망설이던 최인선감독도 도박과도 같은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허재는 최감독의 기대대로 1승을 선사했다.

이날 허재의 기록은 3점슛 5개를 포함해 29득점과 어시스트 6개, 가로채기 5개. 허재의 활약은 개인기록 뿐이 아니었다. 자신과 김영만 피닉스 등 주전 5명가운데 3명이 부상, 자포자기에 빠진 동료들에게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 용병센터 피닉스는 정강이를 다쳤고 김영만도 LG세이커스와의 준결승 4차전에서 부딪쳐 눈위를 23바늘이나 꿰맸다.

한국농구의 간판스타로 통하던 허재는 프로출범후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음주운전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후 프로농구 원년인 지난해에는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 올시즌 시작전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해 파문을 일으켰고 이번 정규시즌에서도 초반엔 허리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넷. 때문에 그동안 농구인들은 허재를 ‘한물 간 선수’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결승 1차전에서의 그의 모습은 전성기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스타는 큰 경기에 강하다’는 말은 바로 그를 두고 한 말이다.

〈대전=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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