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종합병원 의무기록 분석]소화제,병원의 감초인가

  • 입력 1997년 3월 10일 08시 16분


[김학신 기자] 감기약 두통약을 먹을 때 위장이 나쁘지 않아도 소화제를 함께 먹어야 할까. 우리나라 의사들은 약을 처방할 때 습관적으로 소화제를 넣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변재준박사(가정의학과)가 9일 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화장애를 호소하지 않는 환자의 43.2%에게 다른 약과 함께 소화제가 투약되고 있다. 변박사는 95년 1월부터 96년 7월까지 S병원 가정의학과를 찾아온 환자중 소화기 장애가 없는 3백8명을 분석한 결과 1백33명에게 소화제가 투여된 것을 밝혀냈다. 감기환자의 58.6%, 두통환자의 50%에게 소화제가 주어졌다. 감기를 제외한 호흡기질환(39.4%) 근육골격질환(70.2%) 신경증(45%) 환자의 약봉지에도 소화제가 들어있었다. 이들이 지불한 약값중 소화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6.3%. 의사들이 다른 약과 함께 소화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약물복용으로 인해 소화불량이 생길 것을 우려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리 소화제를 먹는다고 소화장애를 막을 수 있다는 임상연구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외국에서는 정상적인 소화능력이 있는 환자의 약에 소화제를 포함시키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변박사는 『의무기록을 분석하려고 종합병원을 택했을 뿐 동네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소화제를 남용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화제의 남용을 막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약값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소화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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