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사람 상품화 광고

  • 입력 1997년 3월 6일 07시 42분


▼ 여고생 제품취급…해도 너무해 ▼ 「제품명 김보혜. 제품길이 1m69, 제품무게 47㎏.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 한마디로 색깔있는 제품. 적정온도 36.5도 유지. 콤팩트한 사이즈…」. 한 청바지회사가 「제품설명서」란 이름으로 내보낸 광고문구다. 사람 헷갈리기 딱 알맞은 내용 아닌가. 이른바 명문고에 다니는 「영계」. 늘씬한 키에다 미끈하게 빠진 몸매. 팔리기 위한 요소는 골고루 갖춘 셈이다. 그렇다고 주민등록번호 학교 학년 이름까지 밝히며 「제품」인듯 팔아치우겠다니 심했다. 누가 이걸 보고 청바지 광고라고 하겠는가. 마치 청바지는 덤으로 끼워주는 듯 묘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너무했다. 갈데까지 간 성의 상품화 아닌가. 인간조차 상품으로 취급하는 치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니. 청바지 광고로 이해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일그러진 우리네 세태가 그대로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명문학교에 매달리는 「간판」 위주의 교육풍토는 어떤가. 겉치레로만 흐르는 허영끼도 잔뜩 묻어난다. 이렇게라도 눈에 띄게 광고해 팔아먹겠다는 장삿속이 괘씸하기만 하다. 천민자본주의와 물질만능 위주의 세태를 더이상 부추기지 말자. (하이텔ID·1548612·our02)▼ 고객 눈 끌명 그뿐…뭐가 문젠가 ▼ 광고가 뭐겠는가. 소비자 욕구를 구매로 연결시키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자면 제품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얼마나 강하게 심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표현방식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눈길을 끌고 화제가 된다면 광고로서는 성공 아닌가. 「성의 상품화」 운운해야 트집잡기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 여고생을 등장시켰다고 이상한 눈으로 본다면 시각부터 문제가 있다. 제품의 성격으로 보아 지극히 당연하지 않은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다. 주고객층이 청소년인데 아줌마나 할머니를 내세워 광고할 수야 없지 않은가. 직설법이 능사는 아니다. 광고에서는 특히 그렇다. 비유나 은유를 이해못한다면 감정이 너무 메말라 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얼마나 톡톡 튀고 재미있는 표현인가. 청바지 소개도 이렇게 참신할 수 있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는가. 주관적인 판단은 오해를 낳을 뿐이다. 제품의 특징을 가장 실감나게 설명하는 이미지 광고로만 보자. 광고란 하나의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는 사회가 만들어간다. 당연히 광고 속에는 나름대로 파악한 시대정신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하이텔ID·as6000.82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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