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프리즘]「일감」못구하는 영화감독 수두룩

  • 입력 1997년 3월 3일 08시 33분


[박원재기자]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95년) 「깡패수업」(96년)을 잇달아 성공시킨 신예 김상진감독. 올해 31세의 총각인 그는 요즘 화제영화 「투캅스3」의 연출을 맡아 한창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데뷔 3년째인 지금, 김감독은 충무로 감독계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공백 없이 1년에 한편꼴로 영화를 찍어온데다 「투캅스」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본흥행」이 보장된 영화의 메가폰까지 잡게 됐기 때문이다. 감독 데뷔 당시 2천여만원이던 연출료도 「투캅스3」에서는 「3천만원+흥행수익의 30%보장」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김감독의 사례는 「행복한 예외」에 속한다. 대다수 감독들이 「일감」을 구하지 못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이상 공치고 있으며 기본적인 생계유지에 허덕이는 이도 적지 않다. 촬영현장에서는 인기배우와 수십여명의 스태프를 호령하는 야전지휘관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단한 일상의 단면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것이 영화감독의 세계다. 현재 영화감독협회에 등록된 정회원은 1백92명. 연회비(3만6천원)를 장기간 연체했거나 외국에 거주중인 특별회원이 69명이며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감독도 3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는 65편.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신인 연출자의 데뷔작인 점을 감안하면 2백여명의 감독들이 극장에 자신의 작품을 내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충무로에서는 마땅한 일거리 없이 영화사나 각종 단체 사무실을 전전하는 「감독 낭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는 이들이 감독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재기를 도모하기 위해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대목이다. 중견 A감독은 영화관련 세미나의 토론자로 나서거나 신인배우 선발대회 등의 심사를 맡아 활동비로 충당하는 경우. 글솜씨가 있는 감독들은 영화평이나 영화정책 기고문을 써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감독부인이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부업을 갖거나 직장에 다니는 것은 충무로에서 흔한 사례에 속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안형편에 눈을 돌려야 할 중견감독들은 극장용 영화제작의 꿈을 접어둔 채 비디오용 에로물이나 행정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홍보용 문화영화의 연출을 떠맡는다. 최근 한국영화 제작과 배급에 주력하고 있는 강우석감독은 『재능과 열정을 겸비한 감독이 찍고 싶은 작품을 못만드는 것이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라며 한국영화 진흥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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