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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벌주기]잘못은 그자리에서 따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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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벌주기]잘못은 그자리에서 따끔하게

입력 1997-03-03 08:32수정 2009-09-2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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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셰필드〓이진영 기자] 지난해 12월 독일 쾰른에서 가까운 델브릭 게마르켄가(街)에 사는 마들랜부인 집에 들렀을 때다. 빈손으로 가기가 뭣해 쾰른역 안에서 초콜릿 한 통을 사들고 갔는데 고만고만한 남매 사라(7)와 한스(5)가 그걸 가지고 투닥투닥 싸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용물이 아니라 쾰른성당이 양각으로 새겨진 알루미늄 상자였다.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다가 덩치 큰 사라가 동생 한스를 밀어버렸고 한스는 『앙』 울음보를 터뜨렸다. 어찌보면 어린애들 사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실랑이였다. 그러나 마들랜 부인은 손님접대를 잠깐 잊은채 아이들 싸움에 끼여들었다. 『사라, 너는 작은 동생을 밀어서 울게 했어. 그렇지?』 『한스가 자기 것이라잖아』 『조그만 한스를 힘으로 밀어버린 건 잘못이야』 이번에는 징징거리는 한스 차례. 『사라한테 상자를 같이 갖고 놀자고 했으면 좋잖아. 왜 억지를 쓰고 손님이 와 있는데 시끄럽게 굴지?』 마들랜은 사라의 손에서 초콜릿 상자를 빼앗은 뒤 『너희들은 이 상자를 가질 자격이 없어. 나오라고 할 때까지 들어가 있어』 하며 두 아이를 침대방으로 몰아넣었다. 외국인 손님이 들이닥쳐 경황이 없는 중에도 마들랜부인은 익숙한 솜씨로 아이들 잘잘못을 조목조목 따져 방에 가두는 벌까지 주고 돌아섰다. 마들랜부인처럼 독일 엄마들은 손님 앞에서 아이 야단치는 일을 민망하게 여기지 않는다.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한다. 독일 쾰른에 사는 朴南淑(박남숙)씨는 『남의 집에 초대받아 아이를 데리고 가서도 아이가 잘못을 하면 자기집이 아니라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며 『남의집 방에 가둬놓기가 곤란하면 컴컴한 화장실에 집어넣어 못나오게 하는 벌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금방 잊는다.그래서 바로 벌을 주지 않고 나중에 야단을 치면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벌주는 방법도 다양하다. 공원이나 슈퍼마켓에서 조르거나 떼쓰는 아이를 거꾸로 들어 엉덩이를 때려주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자기방에 가둬놓고 못나오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잘못한 만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뺏을 때도 많다. 1주일간 아이스크림 안주기, 한달간 TV 만화프로 못보게 하기, 한달간 외출금지 등등…. 공동생활을 하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의 벌주기는 더욱 엄격하다. 한 아이가 잘못한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영국 셰필드의 브룸홀 유치원에서는 학기가 시작되면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규칙」을 만든다. 모두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선생님이 말할 때는 떠들지 않기, 친구 괴롭히지 않기, 간식먹을 때는 쩝쩝 소리내거나 돌아다니지 않기, 때리지 않기, 장난감 독점하지 않기 등 아이들은 교사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지 이유를 들어가며 이를 어기면 벌을 받기로 약속한다. 벌칙의 원칙은 간단하다. 다른 아이의 놀이가 중단되지 않도록 규칙을 깨뜨린 아이만 야단치는 것이다. 친구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아이는 그 놀이집단에서 제외하거나 심하면 「블랙박스」에 가둔다. 블랙박스는 말썽꾸러기를 벌주기 위해 교실 한쪽 바닥에 그어 놓은 가로 세로 1m도 채 안되는 좁은 공간. 또래에서 떨어져 나와 외톨이가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큰 벌이다. 이밖에도 「핑크슬립」이라는 스티커를 만들어 말썽을 부릴 때마다 아이 이름표 위에 한장씩 붙인 뒤 한도가 넘으면 부모를 부르거나 아예 퇴원시키는 등 더 큰 벌을 주기도 한다. 팔로우즈 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이기 때문에 잘못을 했을 때 블랙박스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면 순순히 말을 듣는다』며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벌을 주지 않거나 벌의 강도가 다르면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게 되고 벌주는 효과도 없어지므로 잘못을 발견하면 그때 그때 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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