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산다/부부갈등]『네탓보다 나부터 변화를』

  • 입력 1997년 1월 5일 20시 05분


「康秀珍 기자」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은경씨(31)는 요즘 남편과 얼굴만 맞대면 『지현이 남편은…』으로 말을 꺼낸다. 『지현이 남편은 저녁 설거지를 해준다더라』 『지현이 남편은 주말마다 세탁기도 돌린다더라』 등등. 지현은 최근에 결혼한 은경씨의 후배. 후배의 동갑내기 남편이 집안일에 적극적인 것이 은경씨는 너무 부럽고 지금까지 결혼생활이 억울해진다. 똑같이 직장갖고 일하는데 왜 나만 고생해야 하는 거야. 주말엔 나도 좀 쉬어야 하는데 남편은 아이와 놀아주는 일없이 잠만 자고….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드는 일 투성이다. 은경씨의 남편 최상현씨(38)도 나름대로 불만이다. 경제적인 사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맞벌이를 하곤 있지만 이렇게 힘들줄이야. 주변의 또래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살림잘하고 참한 마누라를 잘도 얻었던데.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내 얼굴을 떠올리면 내조를 기대하기는 커녕 집에 회사동료 한번 맘놓고 데려갈 수가 없다. 회사에 가면 명예퇴직이니 뭐니하며 우울한 미래만 보이고 컴퓨터와 외국어로 똘똘 뭉친 후배들은 무섭게 쑥쑥 올라온다. 이럴 때일수록 술 한잔과 고민을 나눌 동료가 그리운데 아내는 맨날 늦는다고 잔소리. 하는 것 없이 마음만 조급해지는데 집안일 같은 건 신경 좀 안쓰고 살수 없나…. 젊은 부부들이 가장 흔히 겪는 갈등이 바로 역할분담. 아내들은 남편과 동등한 역할분담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첫세대요, 남편들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난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이다. 40,50대부부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전통적인 아내역할, 남편역할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면서 새롭게 갈등을 빚기도 한다. 「단기 가족치료센터」에서 가족갈등 상담을 맡고 있는 이영분교수(건국대 사회복지학)는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기대치의 차이』라고 진단한 뒤 『「부부관계에는 정답이 없다」는 기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다. 각자 상황에 따라 변화의 속도와 정도를 조절해야지 남들이 사는 방식에 얽매이면 불만만 쌓인다는 것. 집안일을 하지 않던 남편에게 갑자기 청소며 설거지를 요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주문해가되 반드시 칭찬을 해준다. 「나」의 변화도 중요하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지말고 지금 내가 어떻게 변하면 상황이 조금쯤 나아질까를 생각하면 해결책의 실마리가 보인다. 맞벌이주부의 경우 집안일에 지나치게 깔끔하게 하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 집안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남편과 가사분담을 놓고 싸우기보다는 집안이 조금 어질러져 있더라도 갈등을 빚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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