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日3년거주 홍현예씨

  • 입력 1997년 1월 5일 20시 05분


일본 엄마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엄마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일본인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실례하겠습니다』하고 들어서더니 자기 신발코를 문쪽으로 가지런히 놓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들방에서 한국동화책을 구경하면서 30분정도 놀더니 책꽂이에 책을 정리해 놓고 돌아가려했다.『왜벌써 가느냐』고 묻자 『엄마가 남의 집에 가서 오래 놀지 말라고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실례했습니다』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나도 애들을 잘 키우려고 신경을 써왔지만 그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과 부끄러움, 그리고 부러움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유치원이나 보육원도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울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려줄 뿐이지 성급하게 도와주는 법이 없다. 유치원에서 『댁의 자녀가 단추 채우는 것이 서투르니 교육을 해주세요』라고 써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받아 본 적도 있다. 3년여 넘는 일본생활을 통해 일본인의 생활태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가정과 유치원의 철저한 습관화교육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본식 교육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획일적으로 행동하고 남에게 폐만 안 끼치면 된다는 사고방식 때문인지 정(情)이 없는 사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절도있는 가정교육과 자립정신을 키우는 유치원교육이 오늘의 일본을 만드는데 큰 몫을 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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