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61)

  • 입력 1997년 1월 4일 20시 06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51〉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대신 겸 부왕인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모두 내 딸년의 잘못일 뿐이다. 그년이 유혹을 하는데 누구라서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나는 그대에게 무엇인가 보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그대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은 것이 있다. 거절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나는 아무말하지 않고 왕이 할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왕은 말을 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어미가 다른 또 다른 딸이 하나 있다. 그애는 아직 숫처녀인데 그애를 너에게 주겠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심정이라서 이러는 것이니 부디 받아주기 바란다」 왕의 이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러나 왕은 그러한 나의 반응은 개의치 않고 계속했습니다. 「나는 너에게 지참금을 받을 생각은 없다. 아니, 오히려 봉급을 정해 주고 내 아들 대신 이 집에서 살아 주었으면 한다」 이 너무나도 엄청난 제의에 나는 감격하여 말했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저같은 자에게 그보다 더한 행운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자 대신은 곧 법관과 증인을 불러 막내딸과 나 사이의 결혼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긴 방랑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대신은 시의 감독으로부터 막대한 배상금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올 들어 고향에 계신 부친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이 왔으므로 대신은 급사를 띄워 부친의 재산을 모두 이쪽으로 옮겨오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런 부족도 없이 안락하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이것이 제 오른손이 잘린내력입니다』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저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대단히 놀랐습니다. 그후 사흘 동안 저는 그댁에서 묵고 많은 돈을 받아가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여행을 계속하다 보니 이 나라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살기가 좋아 오래 머무를 생각이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꼽추 사건」이 일어나 제 인생에 커다란 반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유태인 의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낸 그는 왕에게 말했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이것이 저의 이야깁니다만 꼽추 이야기보다 더 기구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때까지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왕은 그러나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의 이야기도 그런대로 재미있기는 해. 그러나 꼽추 이야기보다 진기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아. 이렇게 되고 보니 너희들을 모두 교수형에 처할 수밖에 없구나. 그러나 아직 살인의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봉사가 남아 있다. 그의 이야기마저 듣고 결정하기로 하자』 그러자 재봉사가 앞으로 나섰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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