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피해자 최소 74명… 16명이 미성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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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0대운영자 신상공개 검토
동영상 유포-소지 회원 수사 방침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방’으로 불린 익명의 대화방을 통해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 등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모 씨(26) 사건 피해자들 중에는 아동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검토하기로 했다.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아닌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사례는 아직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 씨가 운영한 박사방의 피해 여성은 지금까지 확인된 경우만 최소 74명으로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25명 가운데 확인된 수치라서 미성년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텔레그램에 유료 대화방을 만든 뒤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곳에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 등을 올려 범죄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무료 입장이 가능한 ‘맛보기 대화방’을 개설해 회원들을 끌어들였고 가상화폐를 지급해야 불법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는 3단계 유료 대화방을 따로 만들었다. 1단계 방은 20만∼25만 원, 2단계는 약 70만 원, 3단계는 약 150만 원을 내야 대화방에 입장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조 씨 주거지에서 현금 1억3000만 원을 압수한 경찰은 최대 수만 명의 회원이 박사방을 이용해 온 것으로 보고 조 씨와 공범 등이 챙긴 범죄수익이 더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조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스폰서 알바’나 ‘고액 알바’ 모집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경찰은 조 씨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 씨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을 고용한 뒤 이들을 통해 피해 여성들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조 씨는 검거 직후엔 “범행에 가담하기는 했지만 박사방 운영자는 아니다”며 부인하다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 전부를 시인했다고 한다. 조 씨와 공범 등 5명을 구속한 경찰은 박사방에 게시된 불법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을 상대로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이어지자 조만간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 씨의 신상이 공개되면 성폭력 범죄 피의자로는 첫 사례가 된다. 2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조 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9만8000명이 동의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텔레그램#박사방#성착취 동영상#피의자 신상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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