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哭聲)’이 700만 관객을 모으더니 좀비를 소재로 한 ‘부산행’도 역대 18번째 1000만 영화에 올랐다. 곡성에서 악령에 씐 효진(김환희)이 절규하듯 내뱉은 대사, ‘뭣이 중헌디!’는 유행어로 대박을 터뜨렸다. 곡성의 결론만큼이나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표현이 있다.…
엎어진 솥뚜껑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빈대떡의 고소한 냄새. 비 내리는 어슬한 저녁, 술꾼들은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빈대떡 한 점을 목으로 넘기며 행복을 느낀다. ‘빈대떡.’ 녹두를 맷돌에 갈아 돼지고기 등을 넣고 번철(燔鐵·무쇠 그릇)에 지진 떡이다. 한때는 ‘빈자떡’이…
“앗, 차가워.” 푹푹 찌는 여름날 차디찬 우물물 한 바가지를 등줄기에 뿌리면,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외마디 소리다. 소리까지 시원하다. 윗옷만 벗고 엎드려 물을 끼얹던 ‘등목’은 예전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등목, 등물, 등멱, 목물.’ 엇비슷하게 입길에 오르내리는 …
이번 국회도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친인척 보좌진 채용 등 ‘구태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민낯’. 요즘 부쩍 많이 쓰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다. 처음엔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을 가리켰으나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센터장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년 전쯤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각하’라 불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각하(閣下).’ 사전 속 의미는 ‘특정한 고급관료에 대한 경칭’이지만 많은 이들은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로 받아들인다. 마치 …
북한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 강릉 ‘바우길’, 제천 ‘자드락길’. 둔덕길에 선 나무와 오솔길에 핀 야생초가 걷는 이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산책길들이다. 이름도 대부분 고유어와 사투리다. 그래서 신선하다. ‘둘레’는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뜻하고, ‘자드락’…
어머니는 이른 새벽에 정성스레 길어온 우물물 한 사발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두 손을 모은다. 드라마, 특히 사극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장면이다. 지금도 입시철이면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 모습에서 민간신앙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장면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
‘광어(넙치).’ 전남 해남의 한 횟집에서 본 차림표다. 비록 괄호 속이었지만 넙치를 보니 반가웠다. 우리말 넙치가 한자말 광어(廣魚)에 밀려나는 게 아쉬웠기 때문. 불현듯 어느 선배가 들려준 ‘멍게와 우렁쉥이’ 얘기가 생각난다. 멍게가 우렁쉥이의 사투리이던 시절, 어느 음식점 차…
물이 그리워지는 여름이면 떠오르는 낱말이 있다. ‘들이켜다’와 ‘들이키다’다. 물을 벌컥벌컥 마실 때 위아래로 움직이는 목울대, 생각만 해도 더위와 갈증이 싹 가신다. 허나 이 두 낱말, 글꼴도 비슷하고 ‘과거형’이 ‘들이켰다’로 똑같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물을 단숨에 …
하얀 잣알 몇 개를 동동 띄운 차가운 식혜 한 사발. 생각만 해도 더위를 날려 보낼 만한 여름 별미다. 한데 혀끝에 감기는 시원한 감칠맛과는 달리 식혜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음료 ‘식혜(食醯)’와 음식 ‘식해(食해)’를 구별해 쓴다. 사전은 식해를 ‘…
양구이나 양곱창구이를 양(羊)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안 적은 없는지. 한자어 양(羊)에 이끌려서인데 그렇지 않다. 여기서 ‘양’은 소의 위(胃) 가운데 하나를 말한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어서 위가 4개다. 첫 번째 위는 ‘혹위’ ‘반추위’, 두 번째는 ‘벌집위’, 세 …
요즘 아이들이 한자를 모르다 보니 우리말을 외국어처럼 외운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하긴 자신의 이름조차 한자로 쓸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으니 그럴 성싶다. 여러 가지 속뜻을 담고 있는 뜻글자인 한자어는 어른들에게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한자어의 뜻을 지레짐작으로 쓰는 경우…
삼삼오오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는 가족들, 특히 서너 살 된 아들딸을 목말 태우고 즐거워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더없이 정겨웠다. 5일 어린이날, 집 근처 공원에서 본 풍경이다. 목 뒤로 말을 태우듯이 한다고 해 생겨난 말이 ‘목말을 태우다’다. 이를 ‘목마를 태우다’라고…
꽃떨기들이 울긋불긋, 흐드러진 자태를 뽐내는 5월이다. 산과 들과 내, 어딜 가도 꽃 멀미가 난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하얀 찔레꽃에서도 맑은 향기가 났다.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가수 이연실 씨가 부른 ‘찔레꽃’의 서글픈 사연은 느끼지 못했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코미디언 서영춘 씨가 부른 ‘서울구경’의 한 구절이다. 노랫말 속 ‘시골영감’이 기차 요금을 깎아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대목이다. 그러다 기차가 떠나가려 하자 깜짝 놀라 “깎지 않고 다 줄 테니 나 좀 태워줘”라고 매달릴 때는 웃음보가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