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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48년 조지 오웰 ‘198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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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48년 조지 오웰 ‘1984년’ 발표

입력 2004-06-07 18:44수정 2009-10-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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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회개하기 전에는 죽이지 않아. 자네를 ‘깨끗이’ 만들어 놓은 뒤에 처형할 거야. 사랑, 우정, 기쁨, 용기, 호기심? 다시는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없게 된 다음에. 자네는 텅 비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 것으로 채워지겠지….”

‘1984년’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 그는 사상경찰에 체포돼 ‘애정성(愛情省)’의 고문실로 끌려간다.

죄목은 ‘아기를 낳기 위한’ 목적 이외에 사랑을 한 것. 그리고 일기장에 ‘입에 담을 수 없는’ 불순한 얘기를 끼적거린 것.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미스는 고문 끝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빅 브라더(Big Brother)’를 진정 사랑하는 인간으로 거듭 태어난다.

그는 먼지 쌓인 탁자 위에 손가락으로 이렇게 썼다. ‘2+2=5!’

그리고 그는 총살된다. 그는 죽기 전 이미 스스로 세뇌되어 ‘불 꺼진 재’가 되어 있었다.

‘20세기의 묵시록’으로 읽혀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소설의 가상무대인 오세아니아는 뒤집힌 유토피아, 즉 디스토피아(distopia)의 세계다.

개인의 공간은 소멸(消滅)하고 언어는 반대쪽으로 ‘휜다’. 전쟁은 평화요,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는 힘이니.

오웰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공교롭게도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에 태어났고, 전쟁이 터진 해인 1950년에 죽었다. 인연은 악연(惡緣)으로 이어진다.

그의 출세작 ‘동물농장’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번역됐다. 미국 해외정보국이 냉전의 최일선에서 펼친 반공(反共)사업 덕분이었다. ‘1984년’도 출간되자마자 우리말로 옮겨진다.

그의 작품은 이 땅에서 오랫동안 반공문학으로 소비되었다.

오웰은 권력 그 자체를 철저히 부정했다. 그는 공산주의는 물론 자본주의도 반대했다. 그는 아나키스트였고, 어쩌면 ‘돈키호테’였다.

그는 결핵으로 숨지기 전 병상에서 ‘오웰 리스트’를 작성했다. 버나드 쇼, E H 카, 찰리 채플린…. 친(親)공산주의 성향을 지닌 130명의 명단은 영국 정부로 건네진다.

영원한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던 오웰.

그 진정한 자유인이 냉전체제 ‘빅 브라더’의 하수인이었다니!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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