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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운동하면 돈을 드립니다” 이색적인 실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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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운동하면 돈을 드립니다” 이색적인 실험, 결과는?

양종구기자 입력 2019-05-22 16:13수정 2019-05-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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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면 운동을 꾸준히 할까?’

최근 한국스포정책과학원 이영임 박사가 과학원 SNS에 쓴 글이 재미있어 다시 정리해본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Kirsten I.M. Rohde와 Willem Verbeke는 2010년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운동하러 체육관에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이러한 인센티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찰한 것이다.

피트니스 클럽 회원 137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1182명은 아무 때나 제한 없이 출입이 가능한 회원이고, 일주일에 한 번만 출입이 가능한 제한적 멤버십 회원 188명이 대상이다. 이들을 별도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 통제집단과 멤버십만 유지한다면 분기당 10유로(약 1만3000원·제한적 멤버십) 또는 15유로(약 2만 원·무제한 멤버십)를 무조건 환급해주는 집단, 주 1회 이상 출석하면 분기당 10유로(제한적 멤버십) 또는 15유로(무제한 멤버십)를, 주 2회 이상 출석하면 분기당 25유로(약 3만3000원·무제한 멤버십)를 환급해주는 집단으로 나눴다. 이 클럽의 월 평균 등록비용은 36유로(약 4만7000원·제한적 멤버십)~46유로(약 6만 원·무제한 멤버십)이기 때문에 환급 금액은 등록비의 약 10% 정도에 해당한다.

회원들에게 “우리는 당신을 피트니스 클럽에서 보고 싶다”는 제목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안내를 하고 미리 선정된 그룹에 따라 각각 환급기준과 금액을 알려주었다. 이 실험은 2010년 1분기와 2분기 총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결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조건부 환급은 2010년 1분기의 주 1회 또는 주 2회 출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효과가 2분기까지 지속되지 않았다. 둘째, 출석과 무관한 무조건 환급은 2010년 1분기의 주 1회 이상 출석을 증가시켰고, 2분기의 ‘아예 출석하지 않을 확률’을 감소시켰다. 셋째, 조건부 환급은 실험이 종료된 3분기까지는 출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무조건 환급은 실험이 종료된 이후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론은 이 실험에서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운동 참여에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를 주었지만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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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운동이 좋은 줄 알면서 왜 하지 않을까? 이영임 박사는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득이 오늘 당장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이 박사의 말이다.

“오늘 한 시간 뛴다고 해서 높았던 혈압이 눈에 띄게 낮아지지 않고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지 않는다.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운동을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당장 필요한 것이고 게으른 오늘이 주는 달콤함 역시 눈앞에 가까이 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현재 지향 편향(Present Bias)’을 가지고 있다.”

이 박사는 “이 연구에서 조금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인종목 또는 단체종목으로 실험을 병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모르겠다”라며 “운동으로 인한 보상이나 효과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운동 그 자체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다면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은 물론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도자들에게 교훈을 던져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스포츠심리학에 단계적 변화이론이 있다. 사람의 행동에 지속성을 주기 위해선 단계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해줘야 한다는 이론이다.

먼저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무관심 단계. “힘들게 왜 운동을 해? 난 보약으로 건강을 잘 챙길 수 있어” 등 운동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 다음이 관심단계다. 운동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고 “운동이 좋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는 않는 단계다. 세 번째가 준비단계다.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가끔 실제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가 술 마시자고 하면 바로 운동을 포기하는 단계다. 운동이 불규칙적이고 ‘7330(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등 가이드라인 이하로 운동하는 단계다. 네 번째 단계는 실천단계. 말 그래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단계다. 단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습관화가 되는 6개월 미만의 단계다. 이 다음이 유지단계인데 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단계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특정 사람을 운동에 빠지게 하기 위해선 그 사람이 변화 단계의 어느 단계에 있는 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운동하라고 하면 할 사람 없다. 또 유지단계의 고수에게 가장 기본적인 운동을 시키면 되겠는가? 사람은 마음을 움직여야 행동한다. 그 사람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중재와 처방이 따를 때 움직인다”고 말했다.

요즘 웰빙 시대를 맞아 피트니스,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교수는 ‘변화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사람을 계속 잡아둘 수 있다고 권고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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