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정부 “코로나 봉쇄기간 남편에 잔소리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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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행동수칙 발표로 논란… 여성-시민단체 반발에 결국 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남편이 집에 머무는 동안 아내는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성차별적 캠페인을 벌여 큰 비판을 받고 있다.

1일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는 소셜미디어에 외출 및 이동 제한 기간 중 행복한 가정 생활을 위한 행동 수칙을 담은 포스터를 배포했다. △남편이 빨래를 널다가 실수했을 땐 잔소리를 하지 말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의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가르쳐 줘라 △집에 있는 동안 아내는 화장을 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 △아내들은 화가 나더라도 일단 참아야 한다 등 여성의 전근대적 순종과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 가득 담겼다.

시대착오적 캠페인에 주요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자매단의 로사나 이사 수석국장은 아랍뉴스에 “여성과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을 강화했다. 가사가 오로지 여성들만의 책임인 것처럼 그렸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겠다”며 사과했다. 관련 포스터도 모두 없앴다. 1일 기준 말레이시아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766명, 43명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말레이시아#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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