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에 그라피티…법원 “복구비 1500만원 내라”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17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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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지난해 6월 스프레이로 훼손해
법원, 17일 손배소송서 원고 일부 승소
복구에 지출된 비용 등 손해액에 산정

서울 청계천 베를린장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려 공용 물건을 손상한 그라피티 작가 정태용(29)씨가 서울시에 1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법원은 역사적 가치 등을 고려해 손상 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복구작업에 실제 지출된 비용 등을 손해액 산정에 고려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조정현 부장판사는 17일 서울시가 정씨를 상대로 낸 3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씨는 서울시에 15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경우 베를린 장벽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손상 정도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손해액의 산정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제했다.

다만 ▲정씨가 손상한 범위와 면적이 상당한 점 ▲5개월 이상 일반 공중에 전시되지 못한 점 ▲복구작업을 해도 사실상 완전한 원형 복구가 불가능해진 점 ▲복구작업에 실제 비용이 지출된 점 ▲정씨에게 형사사건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점 ▲서울시의 관리 소홀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손해액을 150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라피티 작가 정씨는 지난해 6월6일 오후 11시30분께 청계천에 전시된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려 원형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서독 쪽 벽면에는 분홍, 파랑, 노랑 등을 칠했고 동독 쪽 벽면에도 ‘날 비추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 내 눈을 반짝여줄 빛인지’ 등의 글귀를 써넣었다.

이 장벽은 독일 베를린시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한다는 의미에서 2005년 실제 베를린 장벽 일부를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서울시는 사건 발생 후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11월께 베를린 장벽을 복원했고, 정씨에게 복구비용 및 기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애초 법원은 지난 2월 2000만원의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서울시와 정씨가 받아들이지 않으며 조정은 불발됐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병찬)는 지난 4월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예술적 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시 소유 베를린 장벽에 그라피티로 작품을 훼손한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이 판결했고,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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