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환경 중심 물관리… 녹조 없는 깨끗한 물 만들기에 주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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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관리 일원화 1년… 성과와 과제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는 한강 상류 팔당댐의 모습.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하는 물 관 일원화가 이뤄진 지 1년을 맞으면서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 관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남=뉴스1
“지금은 녹조가 없죠? 그러나 올여름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이 크다니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해요.” 10일 경남 창녕함안보를 찾은 기자에게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말했다.

지난해 8월 창녕함안보는 녹조 원인 물질인 남조류 개체 수가 mL당 35만 개 이상으로 치솟았다. 남조류는 1만 개 이상이면 경계 단계로 분류된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환경부는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에서 물 4000만 t을 방류했다. 남조류 개체는 방류 하루 만에 35만 개에서 15만 개 수준으로 줄었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상류에서 물을 방류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기존에는 댐의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수질은 환경부가 맡았다. 각각 역할이 다르다 보니 수질을 위해 수량을 포기하는 정책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수량과 수질 등 모든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창녕함안보의 녹조 해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수자원공사 측은 “물 관리 일원화로 환경부와 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긴밀해졌고, 의사 결정이 빨라져 방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물 관리 일원화의 성과

물관리기본법 제정으로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지 꼭 1년이 됐다. 국토부의 수자원국과 홍수통제소가 환경부로 이관됐고,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산하로 이전했다. 물 관리의 방점이 수량 중심의 개발에서 수질과 환경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다.

실제 물 관리 일원화 이후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해 관리하다 보니 창녕함안보처럼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대응이 빨라졌다. 지난해 11월 한강 팔당댐에서 맛과 냄새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2-MIB)이 발생했을 때도 소양강댐에서 1억5000만 t을 방류해 해결했다.

용수 공급 체계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 소속 기상청과의 연계가 강화되면서다. 기상 예보와 댐 저수량 예측을 연동해 용수 이용 계획을 더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집중호우가 쏟아질 땐 용수를 적극 저장해 100억 t 분량의 예비 용수를 확보했다. 이는 팔당댐이 보유한 용수의 48배 규모로, 최근 50년 동안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예비 용수를 확보한 것이다. 용수 공급이 안정되면 댐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는 식수와 관련한 문제가 생겨도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각 지방의 환경청과 홍수통제소, 국립환경과학원, 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모두 환경부 산하여서 쉽게 손발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강원 고성에서 산불이 나자 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산불 지역 주요 정수장의 가동 실태를 즉각 파악한 뒤 생수 2만5000병을 현지 주민에게 지원했다.

○ 물 관리 개선 효과 12조 원

환경부는 앞으로 물 관리 일원화의 동력을 활용해 물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녹조가 생긴 다음 막대한 양의 물을 방류해 씻어내는 게 아니라 애초에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남조류가 늘면 사전에 물을 흐르게 하는 식으로 ‘댐 및 보 운영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천의 자연 여과 기능 강화는 장기 과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마다 정화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농장에서 나오는 가축 분뇨 등이 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강 자체의 자정 기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지난해부터 부산 강서구 평강천에서 자연 여과 기능을 갖춘 저류 공간인 ‘에코필터링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다. 물이 지나가는 길목에 천변 습지와 여과 틀 등을 설치해 약품 처리 없이 자연적으로 SS(부유물질)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에코필터링’의 효과가 검증되면 다른 하천에도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이 직접 마시는 수돗물을 비롯한 식수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 환경부와 국토부가 각각 상수도 설비 계획을 세워 예산이 낭비되고 지역 간 요금 격차가 생겼지만 이제 환경부가 이를 통합 관리하는 만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전국에서 상수도가 가장 비싼 곳은 강원 평창군으로 1m³당 1466원이다. 반면 경북 군위군은 1m³당 376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싸다. 이렇게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상수도 가격 문제를 전국통합수도계획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올 하반기부터 유역별 수도지원센터를 신설해 상수도가 노후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돗물 품질을 높이는 종합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런 물 관리 개선으로 향후 30년간 약 12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물 관리 일원화 및 물관리기본법 1주년’ 기념식을 열고 물 관리 일원화의 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발표한다. 또 다음 달에는 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1차 물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창녕=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물 관리 일원화#수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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