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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벽 작은 구멍에도 머리 쭈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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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벽 작은 구멍에도 머리 쭈뼛

김민 기자 , 박성진 기자입력 2015-08-31 03:00수정 2015-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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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공포 확산… 탈의실 들어서면 카메라 있는지부터 살펴
‘워터파크 몰카’ 촬영을 사주한 남성이 29일 구속된 가운데 경기도의 한 워터파크는 탈의실에 경고 문구를 추가로 부착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휴지를 뜯어 꼬깃꼬깃 구겼다. 화장실 휴지걸이와 자물쇠 틈새 구멍까지 구긴 휴지를 쑤셔 넣었다. 천장도 한참 동안 살펴봤다. 심지어 비데 구멍까지 확인했다. 혹시 몰라 비데에 휴지를 얹어 놓고서야 변기에 앉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10여 분간 고개를 쉴 새 없이 돌리며 바닥과 벽, 천장을 보고 또 봤다. 긴장한 탓에 흘러내린 땀방울이 머리카락을 적셨다.

대학생 한모 씨(23·여)는 학교나 카페의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이처럼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한 씨가 ‘몰래카메라(몰카) 공포증’에 걸린 것은 지난해 11월. 친구와 찾은 한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변기 뒤쪽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발견한 것이다. 식당 측에 항의하고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언제 어디서든 내 모습이 찍힐 수 있다는 공포에 한 씨는 한동안 외출하지 않았다.

몰카 후유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한 한 씨는 최근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터진 뒤 다시 외출을 꺼리고 있다. 이처럼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여성들에게 준 공포감은 상상 이상이다. 화장실 같은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샤워실 탈의실 같은 공간에서 범행이 이뤄졌기 때문. 촬영자가 여성인 점도 충격이었다. 직장인 김모 씨(32·여)는 “이제 같은 여자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공공장소에서 렌즈가 내 쪽을 향하면 나도 모르게 의식해 얼굴부터 가린다”고 말했다. 이모 씨(28·여)도 “옷을 벗어야 하는 장소에 가면 일단 주변부터 샅샅이 살핀다”며 “죄지은 것도 아닌데 불안해하는 것에 화도 나지만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영상이 촬영된 워터파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0일 수도권의 한 워터파크에는 ‘라커와 사우나 내 사진 및 동영상 촬영금지’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탈의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목에는 촬영금지 안내 문구가 적힌 판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여성 손님들은 유난히 카메라 렌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옷을 갈아입던 한 여성이 ‘셀카’를 찍던 다른 여성에게 “나체가 찍힐 수도 있어 불쾌하니 사진을 지워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워터파크 관계자는 “몰카 사건 이후 고객들이 카메라 셔터 소리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촬영금지 안내판을 붙이고 촬영하는 고객을 제지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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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관련 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폭력특례법상 처벌 대상인 몰카 범죄 단속은 지난해 6623건. 2010년(1134건)에 비해 6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초소형 카메라의 등장으로 몰카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조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초소형 몰카 제작 및 판매를 금지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불법 몰카 유통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대형 물놀이 시설 내 몰카 설치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워터파크 몰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촬영을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 씨(33)의 주거지에서 노트북 등 컴퓨터 5대와 태블릿PC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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