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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채는 아이 18명 혼자 감당… “통제 안돼 나도 모르게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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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채는 아이 18명 혼자 감당… “통제 안돼 나도 모르게 학대”

동아일보입력 2013-06-12 03:00수정 2013-06-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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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기획/어린이집, 왜 이 지경 됐나]<중>보육교사의 벼랑끝 하루
지난해 11월 충남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A 교사(37·여)는 자신이 돌보던 3세 남아 B 군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 장면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어린이집 원장이 B 군의 부모와 합의해 처벌은 면했지만 A 교사는 다른 학부모들의 반발로 해당 어린이집에서 쫓겨났다.

A 교사는 어떤 사람이기에 세 살짜리 아이를 왜 그렇게 학대한 것일까. 취재팀은 최근 A 교사와의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떤 경위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추적해 봤다.

● 혼자서 18명의 아이에 치이다가…


A 교사는 일반적인 아동학대 범죄의 가해자와는 달랐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지도, 약물 중독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폭력 성향을 보인 적도 없다. 두 자녀에겐 손찌검 한 번 한 적이 없다. 자녀들의 학원 수강료를 벌기 위해 3년 전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한 평범한 30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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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사는 "어린이집이 전쟁터 같았다"고 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자신이 맡은 '3세반' 아동 18명을 혼자서 돌봤다. 점심시간이 가장 바쁘다. 배식,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올릴 식단 사진 촬영, 식사 지도, 식사 후 양치질까지 시키고 나면 시간이 없어 자신은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허겁지겁 먹어야 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반경에도 정신이 없었다. 간식을 요구하는 아이부터 별 증상도 없는 데 아프다고 우는 아이까지, 두 손만으론 18명을 돌보기 버거웠다. 또래보다 몸집이 컸던 B 군은 친구를 자주 때려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 경력이 짧아 청소 등 잡무를 주로 맡았던 A 교사 앞에선 청소도구함이나 화장실 바닥을 가리키며 '청소 안 하느냐'는 식으로 은근히 무시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반경 한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A 교사가 돌아보니 B 군이 친구를 손바닥으로 때리듯 밀고 있었다. A 교사는 "그러지 마라"라며 말로 제지했다. 그러나 B 군은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며 웃었다. B 군의 손짓을 '유리창이나 닦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A 교사는 그 순간 분노가 폭발해 B 군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목뼈 골절이나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성을 되찾았을 땐 B 군이 울기 시작한 뒤였다.

이날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 개월간 진행된 갈등 과정에 대한 A 교사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취재팀이 접촉한 다른 교사도 "대체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물론 A 교사의 이날 행동은 어떤 변명을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은 "어떤 이유든 아동학대는 교사의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과도하게 많은 어린이가 교사에게 배정되고, 교사의 자질도 부족한 보육 현실이 근본적 원인이다"고 말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상 교사 1명이 한번에 돌볼 수 있는 3세 아동은 최다 15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초과 인원 지침에 따라 3명을 더 받을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어린이집을 위한 예외 조항을 어린이집에선 무분별하게 적용한다. 규정보다 아동이 1명이라도 많으면 교사를 더 채용해야 하고 적으면 보육수당이 덜 들어오기 때문이다. 배창경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공동대표는 "현행 시행규칙상 최다 아동 수는 보육 재정을 고려해 넉넉하게 잡은 것인데, 여기에 초과 인원을 더 받는 어린이집이 일반화되면서 보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학대와 훈육을 혼동하는 함량 미달 교사

"자격 취득이 쉽다"는 주변 권유로 2010년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가 올 3월 아동학대로 어린이집을 그만둔 C 교사(43·여)는 인터뷰 내내 학대와 훈육의 경계를 혼동했다. 그는 사이버 평생교육원에서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딴 뒤 6개월 경력을 쌓아 2급으로 승급했다.

C 교사는 3월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신이 돌보던 4세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꼬집은 사실이 알려져 항의를 받았다. 당시 C 교사가 말썽을 부린 아동을 화장실에 들여보내 격리하고 김치를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억지로 김치 국물을 마시게 한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최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은 훈육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교사의 행동을 이런 식으로 일일이 문제 삼으면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다. 아이를 화장실에 들여보내긴 했지만 문을 열어 뒀기 때문에 방임이나 감금이 아니다. 김치 국물은 영양 균형을 위해 먹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보육교사 교육과정에 따르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쉬운 훈육방법으로는 '생각 의자 앉히기'가 제시된다. 하지만 C 교사는 "생각 의자 정도 갖고는 아이들이 정말로 반성하지 않는다"며 화장실 감금조치를 정당화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상 보육교사 3급 자격증은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자가 평생교육원 등에서 12과목(35학점)을 이수하면 딸 수 있다. 취득까지 10~18개월가량 걸린다. 경력 6개월에 승급교육 80시간을 이수하고 승급시험에 합격하면 2급이 된다. 보수도 올라간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 보수는 평균 112만 원이다.

보육교사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승급시험과 보수교육뿐이다. 하지만 이런 재교육 기회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C 교사의 경우 2011년 보육교사 승급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내용의 시험지로 재시험을 치러 통과했다. 현행 규정상 승급시험에 탈락하면 일정 기간 재교육을 받은 뒤 다시 응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낙제점을 받아도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다시 치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많은 보육교사들의 증언이다.

3년마다 받게 돼 있는 보수교육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D 교사(36·여)는 "4월 동대문구청에서 보수교육을 8시간 받았다. 교사 200명이 강당에 앉아 있었는데 대부분 강사 말은 듣지 않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다 가더라"고 말했다.

2011년 어린이집 내 학대 사건 중 보육교사가 양육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경우가 전체의 52.6%에 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인수 상담원은 "학대 가해자로 조사받는 보육교사 상당수가 1,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학대와 훈육의 경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 한 명이 3~5세 아동 18~23명을 맡을 수 있는 현행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4.3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조교사 등 대체 인력 채용을 늘려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나누자는 대안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현행 교사 1명당 아동 수 기준이 정해진 지 8년이 넘어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아동 수를 다시 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한 승급 및 보수교육을 바로잡는 것도 시급하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선임연구위원은 "보육교사 양성 및 자격증 취득 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현재의 형식적인 보수교육의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곽도영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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