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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온상 ‘클럽 원나이트’… 인터넷에 성공담 무차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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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온상 ‘클럽 원나이트’… 인터넷에 성공담 무차별 확산

동아일보입력 2013-06-05 03:00수정 2013-06-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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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살해 사건의 범인 조모 씨(24)는 피해 여성을 클럽에서 처음 만나 하룻밤 욕정의 제물로 삼으려다 실패하자 무참히 살해했다. 조 씨는 평소 “나는 여자 전문가”라며 여자를 유혹하는 것을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거되던 날에도 클럽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이처럼 요즘 이른바 ‘원나이트 스탠드’(하룻밤 성관계·이하 원나이트)를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그 과정에서 온갖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특히 요즘 인터넷에는 원나이트를 부추기고 그 방법을 알려준다는 내용의 온갖 글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원나이트에 ‘성공’했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상대 여성의 신체 사진 등을 공공연히 올리는 남성도 많다. 이런 남성들은 원나이트를 한 뒤 이를 야구에 빗대 ‘홈런’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홈런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한다. 유혹에 넘어가 성관계에 응한 여성은 ‘홈런녀’로 불린다.


이런 글이 오르는 카페들은 주로 여성을 유혹하는 법을 전수하는 ‘픽업 아티스트’(PA)들이 운영한다. 회원이 2000명에 이르는 카페를 운영하는 한 픽업 아티스트는 코스별로 80만∼220만 원 정도 돈을 받고 기술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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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인증’ 글 작성자들은 상대 여성을 찍어 인증 사진으로 첨부하거나 모텔 결제 명세를 캡처해 올리기도 한다.

이 같은 글에는 하룻밤 성관계만 추구하는 일부 남성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은어도 등장한다. 이들은 예를 들어 △F-close: 성관계 성공 △K-close: 키스 성공 등의 단어를 쓴다. 작업을 도와주는 친구들은 ‘윙’이라고 부른다. 여성을 유혹하는 것은 ‘게임’이라고 표현하며 자신들만의 저질스러운 유희를 즐기고 있다.

‘홈런 인증’ 글에는 여성을 유혹하는 데 쓰인 멘트와 행동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글 아래에는 ‘존경스럽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등의 댓글이 우수수 달린다. 또 다른 남성들이 이를 ‘작업용 대본’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은어를 동원해 성관계 사실을 공공연히 게재하는 것은 여성을 비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증글의 대상이 된 여성들은 심각한 모욕감 속에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지난해 11월 친구 생일 파티 때문에 간 클럽에서 만난 다섯 살 연하 남성과 성관계를 맺었던 박모 씨(27·여)는 우연히 자신이 자는 뒷모습 사진이 포함된 홈런인증글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야 했다.

평소 클럽을 즐겨 찾는 정모 씨(29·여)는 “정말 여성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남자라면 숨어서 이런 글을 작성하고 있겠느냐”며 “상대여성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둘만의 은밀한 사연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정신적 성폭행’”이라고 비난했다.

원나이트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남성 가운데는 유혹에 성공하지 못하면 성폭행범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일 서울 강남에서는 한 남성이 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친구 2명과 함께 집단 강간을 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40대 여성에게 원나이트를 요구하다가 성폭행하고 살해한 10대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잠깐 얘기하자”며 차에 태운 남성이 차 문을 잠근 뒤 고속도로로 차를 몰고 가자 여성이 차에서 뛰어내리다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처럼 원나이트가 성범죄로 비화되는 추세를 부추기는 게 ‘홈런 인증’ ‘클럽 원나이트’ 경험담 같은 그릇된 온라인 문화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는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게시 글 수준은 음란물유포죄를 적용하기에 모호하다. 여성의 신상을 드러내 놓고 공개한 것도 아니라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요즘 클럽 등에서 일어나는 원나이트 세태가 외국 영화 속에서처럼 낭만적인 하룻밤 사랑이 아니라 성범죄의 온상일 수 있음을 명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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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여대생살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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