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열나는데 일주일 방치”…日, 크루즈선 부실 대응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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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한 승객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일본인 여성(84)은 5일 발열 증상이 시작됐고 6일 설사 때문에 선내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 하지만 12일에야 배에서 내려 입원했다. 1주일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된 셈이다.

또 크루즈선에 탑승한 언니(78) 부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 여성은 도쿄신문에 “형부가 열이 있다고 호소했더니 해열제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방에 언니와 대기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형부가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크루즈선 측은 언니가 혼자 남아있던 객실을 소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일 크루즈선에서 내린 시마네현 소재 한 단체의 직원(65)은 도쿄신문에 “선내 안전한 장소와 위험한 장소가 뒤죽박죽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역 당국이 실시한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이상이 없고 발열 등 증상이 없어 하선한 승객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호주 보건부는 크루즈선에서 하선해 20일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호주인 160명 중 2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귀국한 호주인과 같은 조건을 충족한 이들을 19일부터 순차적으로 하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9, 20일 동안 717명 승객이 하선했고, 21일에도 약 450명이 하선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관할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의 관할권에 대한 국제적인 규칙을 만들자고 국제사회에 요청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기국(旗國·선박이 등록돼 있는 국가),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 나라, 영해국이 어떻게 연계해 역할분담을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선 감염과 관련해 일본에만 쏟아지고 있는 비판을 분산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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