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연대! 한일 연대!”…日 도심서도 아베 정권 규탄 집회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4일 20시 07분


코멘트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한일 연대! 한일 연대!”

4일 오후 4시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구 신주쿠 역 앞에 모인 시민 수백 명이 “한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자”고 외쳤다.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도 이들은 ‘NO아베’, ‘친하게 지내요’ ‘절대 우호 관계’ 등 직접 제작한 한글 카드를 손에 들고 1시간 반 동안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이달 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두고 일본 도심에서 일본인들이 주축이 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특정 단체나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과 학생 300여 명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모였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이번 모임을 주도한 기노토 요시즈키 씨(34)도 전자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NO아베 집회’가 열린 것을 보고 감명받았는데 다음 날 일본에선 이 소식이 ‘반일 집회’로 둔갑해 놀랐다”며 “NO아베 집회는 무고한 일본인을 혐오하는 집회가 아니라 항의 대상이 아베 정권이다. 그럼에도 단순히 반일 집회로 보도된 것을 보고 한일 관계가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집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함에도 한국의 삼권분립에 간섭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동은, 그런 수치가 없을 정도”라며 “한국인들의 화를 일본이 이해하는 데부터 한일 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이날 모인 시민들은 보편적인 정의를 위해 한국과 함께 ‘NO아베’를 외치겠다고 밝혔다.
단상에 오른 한 여성 참가자는 한국인들에게 사과하겠다며 스마트폰에 적어 온 문구를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읽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지금의 일본 사회는 과거사를 배울 수도 없고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분위기이지만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켜 나가고 싶다”고 외쳤다.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집회는 우익 세력의 방해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민들은 아베 정권의 향후 움직임을 봐가며 추가 집회를 열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직장인 나카바야시 아쓰코 씨는 “지금의 악화된 한일 관계는 아베 정권이 만든 것이지 다수의 일본인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한국어로 말했다. “한국, 일본의 친구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