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개헌안 보니…‘국가평의회’ 권력강화로 영구집권?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21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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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 약화시킨 뒤 물러날 계획
국가평의회, 국내외 정책 방향 결정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퇴임 전 개헌

총리 시절까지 더해 올해로 20년째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앉아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부분 개헌안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9페이지 개헌안에 주지사 등 지방 정부 수장이 중심이 된 ‘국가평의회’를 헌법기관처럼 만들어 국가 권력을 조정하는 힘을 부여할 계획이 담겼다고 전했다.

상원과 하원 등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대통령의 힘을 분산시키겠다는 목표의 개헌안이다.

개헌안에 따르면 ‘국가평의회’는 러시아 연방 국내외 정책의 주요 방향과 국가의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우선적인 방향을 결정한다.

국가평의회를 장악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2024년에 네 번째 임기가 끝나더라도 정부의 주요 결정권을 계속 쥐게 되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의 개헌안에서 소비에트연합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의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1990년 집권 후 2019년까지 카자흐스탄을 이끌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신생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을 정치적으로 안정시키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주변인들의 부정부패에 눈 감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해 민주주의를 저해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권력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2017년 1월 의회에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의회과 기관으로 일부 위임하는 헌법 개혁을 제안했다.

그는 이후 2019년 대국민 담화 형식의 생방송 TV 연설을 통해 사임을 발표하고 후임을 지명하는 평화적인 정권 이양 단계를 밟았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모델로 삼아 자신의 마지막 임기 동안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킨 뒤 후계자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국가의 전면적인 개혁을 시사했다. 총리와 내각 선출 권한을 대통령으로부터 의회로 이양하는 게 골자다.

지난 15일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이끄는 러시아 내각이 총사퇴를 발표하며 푸틴 대통령의 개헌에 힘을 보탰다.

메드베데프 당시 총리는 “개헌안이 채택되면 헌법 조항 뿐만 아니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일컬어 지는 권력 균형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 정부는 대통령이 현 여건 아래서 필요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러시아 정부 사퇴가 바람직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후임으로는 지난 10년 동안 국세청장을 역임한 미하일 미슈스틴이 임명됐다. 그는 이번 주 내 새로운 내각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리 차이카 검찰총장도 교체됐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상원에 연방수사위원회 부위원장인 이고리 크라스노프의 검찰총장 임명안을 제출했다.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구상에 야당 운동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영원한 집권’을 계획하고 있다”며 2월 말 개헌 반대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같은 반발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레닌그라드 봉쇄(1941~1944) 사건의 생존자를 방문한 자리에서 “걱정할 필요 없다”며 “평생 대통령 자리를 지킬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 국가의 원수들은 차례차례 목숨을 잃는 날까지 권력을 유지했고, 권력의 형태를 변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확보하지 못한 채 권좌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별도의 법으로 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대통령 임기는 두 번으로 제한된다. 대통령 후보는 지난 25년 이상 러시아에서 거주했으며 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 등을 소유하지 않은 자로 제한했다.

국회의원들과 주지사들 역시 외국 시민권을 소유할 수 없게 했다.

더불어 러시아 헌법 충돌한다면 국제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다.

부분 개헌안 승인을 위한 국민투표는 오는 4월 실시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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