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내년 트렌드 키워드는 ‘마이티 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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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4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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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힘 합치면 위기 극복의 히어로 될 수 있어
"경쟁의 일상화, 공정에 대한 갈망 커져"

“우리 모두는 정체성을 바꿔가면서 살아간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최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핵심을 보면 다중적인 정체성이다. 익명성을 띤 인터넷 커뮤니티 확산과 SNS 등장으로 인간의 변검술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0’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인은 모드 전환이 빠르다”며 “집 안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회사에서의 모습과 퇴근 후의 모습이 다르다”고 짚었다.

“예전에는 누군가 정체성을 물으면 이름, 고향, 학교 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취향이 정체성을 결정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졌고 취미생활이 중요해졌다. ‘나는 나’다는 것이다. 유목민과 같은 삶을 추구한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기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며 “SNS 계정을 여러 개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싸이월드가 떴을 때는 아이러브 스쿨에서 싸이월드로 각종 자료를 옮겼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뜨고 나서는 모든 자료를 페이스북으로 옮기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강한 연대가 아닌 느슨한 연대를 선호한다. 가족·직장 동료·학교 선후배 등과 어우러지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을 잘 아는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더 열기도 한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0년 트렌드 키워드 슬로건을 ‘MIGHTY MICE(마이티 마우스)’로 정했다.

그는 “내년이 쥐띠 해”라며 “연초부터 2020년 키워드를 퍼스트 마우스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걸 나만 제외한 연구원 모두가 반대하면서 ‘마이티 마우스’를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티 마우스는 워낙 오래된 만화영화다. 1942년에 만화로 탄생해 1945년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주된 줄거리는 ‘늑대들이 어린 양을 공격하면 마이티 마우스가 늑대를 혼내주고 위기에 처한 양을 구한다는 것이다. 작은 쥐와 힘 센 영웅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위기를 극복해내자는 마음을 담았다.”
“2007년부터 매년 이듬해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소비 트렌드 10가지를 꼽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항상 다음 해의 경제를 걱정했다. 실제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 내년 경제 전망도 좋지 않다.“

내년 소비 트렌드의 중요한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성장을 제시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고객층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그들의 숨겨진 욕망을 찾아야 한다. 현대의 소비자는 양면적이다.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의 자아가 달라지고 있다. 오래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빨리 끝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다. 노력을 절약하는 상품에는 프리미엄을 제공할 마음이 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했다. 간편 가정식의 발달이 키워드다. 편리성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양면적 라이프 스타일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꼽은 내년 트렌드는 ▲매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멀티 페르소나‘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에서의 만족을 의미하는 ’라스트핏 이코노미‘ ▲기업의 선한 경쟁력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세대 ’페어 플레이어‘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면서 상품·서비스가 ’스트리밍‘되는 라이프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초개인화 기술‘ ▲팬덤에 속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팬슈머‘ ▲기업·브랜드가 적자생존을 넘어 특화해야 살아남는다는 ’특화생존‘ ▲’오팔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한 베이비부머 세대 ▲가격과 품질 못지 않게 편리함을 따지는 ’편리미엄‘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 ’업글인간‘이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빨리 승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일의 큰 동기부여였다“며 ”이제는 직장을 평생 다닐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가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미를 깊게 파고드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성장은 굉장히 고상한 단어 같지만 아주 보편적인 말이다. 인간이 가진 아주 근원적인 욕구“라고 짚었다.

”다들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고 있다. 은퇴 연령이 빨라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진 탓이다. 공정에 대한 갈망도 높아지고 있다. 경쟁이 일상화된 젊은 세대는 단순한 평등이 아니라 경기의 규칙이 공정한지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다.“

’오팔세대‘로 불리는 새로운 소비층을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오팔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의 약자다. 동시에 58년생 개띠의 오팔도 의미한다. 이들이 뽐내는 색깔이 다채롭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중년 소비자들은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인터넷과 신기술을 젊은이들만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이들의 소비가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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