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서울의료원 미화원 사인, 시·병원 은폐” 주장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1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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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사망 추모 결의대회 진행
시민대책위·서울시, 사인 두고 공방
업무 과중, 의료폐기물 감염이 쟁점
"시에 5가지 해명 요구했으나 답 없어"
"근무환경 문제를 고인 질환 탓으로"

‘태움’ 의혹이 불거진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가 이달 초 발생한 서울의료원 청소노동자 돌연사와 관련, 서울시와 병원 측이 사인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21일 서울의료원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추모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더 이상 고인의 사망원인을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쉬지도 못하게 만든 구조적인 책임을 고인이 가지고 있었던 질환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짓은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료원 청소노동자 심모(59)씨는 지난 5일 이 병원 입원 중 사망했다. 전날인 4일 출근해 “배가 고프고 담에 걸린 것 같다”며 조퇴했으나 이후 코피가 나고 구토가 심해지자 당일 오후 7시께 응급실에 왔고, 다음 날 오전 8시12분께 결국 폐렴으로 사망한 것이다.

서울의료원 2노조가 포함된 시민대책위는 심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서울시·병원 측과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심씨가 숨진 직후 시민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심씨의 죽음이 연차 강제사용 등으로 인한 업무 과중, 의료폐기물 감염 등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시 측이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 측은 이틀 뒤 서울시의 해명을 정면 반박하며 5가지 의문점에 대한 공개 해명을 지난 19일까지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같은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시민대책위가 서울시에 요구한 5가지 의문점은 ▲심씨의 연속 근무가 우연하고 일회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 ▲서울의료원 미화원 인력이 점차 줄어들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 ▲심씨가 병원 외곽 쓰레기 수거 업무만 하고, 의료폐기물 처리 업무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근거 ▲고인의 사망원인을 과로와 무관한 클렙시엘라 폐렴으로 단정하고, 원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한 의학적 근거 ▲심씨 사망 이후 서울의료원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적이 있는지 여부 등이다.

이날 시민대책위는 “4월 말 병가자가 발생해 5월 내내 고인은 병가자의 대체업무까지 해야 했다”면서 “링거병 분리작업, 투석병 칼슘제거 등을 1개월 간 지속했고, 6월1일 토요일은 하역장 당직으로 각 병동,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수거한 쓰레기 및 페기물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미화노동자 직고용하라는 정책 발표 후 미화노동자 인력을 69명에서 58명으로 줄였다”면서 “서울의료원은 무리하게 축소된 인력으로 운영하면서 병가가 발생해 인력공백이 생긴 자리를 채워주지 않았고, 무리한 연차 의무사용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측은 “고인은 지인 결혼식으로 동료 근무자와 협의해 차주 근무일을 앞당겨 근무한 것”이라며 서울의료원 청소미화원들은 주 45시간 근무라는 근로기준법(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인은 병원외곽에 쓰레기 수거업무를 담당했고 당시 의료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고인의 사망원인이 의료폐기물로부터의 감염일 가능성은 낮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최종 혈액검사 결과 실제 사망원인의 병원균은 폐렴, 간농양 등의 원인균인 클렙시엘라균으로 확인됐다”며 “감염내과전문의에 따르면 이는 주로 간경화, 당뇨 등의 기저질환자에게서 발견된다. 의료폐기물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대책위 측은 이날 2015년 행정직원 A씨의 자살과 올해 초 서지윤 간호사의 자살도 함께 언급하며 서울의료원의 김민기 병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의료원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5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A씨의 죽음과 관련해선 잦은 부서 이동과 업무 과다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A씨는 약 4년이 지난 올해 결국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받았다.

올해 1월에는 이 병원에 근무했던 서 간호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당시 서 간호사는 ‘병원 직원에게 조문도 받지 말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시민대책위는 서 간호사의 죽음이 ‘태움’(간호사 선·후배 사이 특유의 괴롭힘 문화)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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