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FUN RUN”… 세계 젊은이들 함께 즐긴 글로벌 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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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국경-장애 벽 넘어… 1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밝은 표정으로 레이스를 즐겼다.
국경-장애 벽 넘어… 1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밝은 표정으로 레이스를 즐겼다.
세계인이 함께 어울려 빚어낸 역대 최대 규모의 마라톤 축제였다.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도, 스파이더맨을 흉내 낸 일본인도, 밤늦게 입국해 대회에 참가한 뒤 급하게 출국한 태국의 직장인도, 생애 첫 풀코스에 도전한 미국인도 모두가 신나게 달렸다.

서로의 손을 잡고 달린 신혼부부도, 유모차를 밀면서 달린 가족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도 함께했다.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 해외에서도 소문난 명품 코스

2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은총 군은 아버지 박지훈 씨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대회에 참가했다
2 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은총 군은 아버지 박지훈 씨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대회에 참가했다
태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나타우디 씨(50)는 사흘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오로지 이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인에게 ‘서울 도심을 달리는 마라톤 코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출전을 결심했다. 그는 “달릴 때 고궁과 높은 건물들을 볼 수 있어 서울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에서 일하는 직장인 셸리 씨(37·여)는 전날 밤 12시가 다 돼서 입국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뒤 17일 저녁 곧바로 출국하는 빠듯한 일정을 택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복장을 뽐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일본인 산슈 쓰바키치 씨(48)는 “7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이번엔 마치 영웅이 돼 서울 도심을 누비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남성도, 미키마우스 등 만화영화 주인공의 복장을 흉내 낸 참가자들도 많아 신나는 분위기였다. 히잡을 두른 여성 2명은 몸풀기 체조를 하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근무 중인 미국인 숀 씨(47)도 “한국 곳곳을 살펴보고 싶어 마라톤 참가신청서를 냈다”며 “인생 첫 풀코스 도전이라 흥분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역대 최다인 3만8500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에는 한국을 제외한 66개국에서 외국인 38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지난해 58개국 2500여 명에서 늘었다. 외국인 참가자 수도 이날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나라에서 온 참가자뿐 아니라 미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장시간 비행을 거쳐 온 외국인 참가자들도 있었다. 외국인 중에선 중국인이 107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인 912명, 미국인 473명, 태국인 112명 등이었다.

○ 신혼부부도 시각장애인도…마라톤은 사연을 싣고


지난해 12월 결혼한 허지호 씨(29)와 정혜지 씨(27·여)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10km를 달렸다. 직업 군인인 허 씨는 “평소 훈련량을 고려하면 완주하는 게 힘들지 않지만 오늘은 아내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며 “마라톤처럼 긴 인생 여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둘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1급인 이용철 씨(60)는 이날 군인 박규남 씨(39)의 손을 붙잡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20년 전 시력을 잃고 안마사로 일해 온 이 씨는 삶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2007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풀코스 완주 기록은 4시간 19분 44초. 이 씨는 “앞이 보이지 않아 마라톤을 하는 게 무섭지만 동반자 덕분에 끝까지 완주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대호 씨(42)와 김지연 씨(42·여) 부부는 네 살배기 딸이 탄 유모차를 밀면서 10km 코스를 뛰었다. 조 씨는 “여러 차례 유산의 아픔을 딛고 딸을 얻었다”며 “마라톤을 통해 딸과 ‘건강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들은 가족, 친구들과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완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휴대전화 ‘셀프 카메라’로 찍거나 ‘1인 방송’을 하는 20, 30대들도 있었다. 2019 서울국제마라톤은 채널A와 아리랑국제방송, 중국 CCTV5가 전 세계 103개국에 생중계했다.

고도예 yea@donga.com·김민찬·이승건 기자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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