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주 앞바다 기적이…” 어선화재 실종 11명 밤샘 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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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6명-베트남인 6명 탄 갈치잡이 배, 조업중 불로 전복
헬기 구조 한국선원 1명 숨져… 文대통령 “모든 자원 총동원” 지시
파도 높아 수색작업 난항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을 지나던 29t급 어선 대성호가 불이 붙은 채 침몰하고 있다. 이 화재로 배에 탔던 
선원 12명 중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대성호는 8일 경남 통영항에서 갈치잡이를 위해 출항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을 지나던 29t급 어선 대성호가 불이 붙은 채 침몰하고 있다. 이 화재로 배에 탔던 선원 12명 중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대성호는 8일 경남 통영항에서 갈치잡이를 위해 출항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제주 서부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에서 불이 나 선원 12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19일 오전 7시 5분경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에서 경남 통영선적 연승어선인 대성호(29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제주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이 헬기를 급파해 오전 8시 15분경 현장에 도착했으나 선실과 기관실 등은 이미 불에 탔고 선원은 보이지 않았다. 출항신고서에 기재한 선원은 선장 정모 씨(55) 등 한국인 6명과 누엔반콩 씨(32) 등 베트남 국적 6명 등 12명이다.

불에 타던 대성호는 오전 9시 40분경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해 선수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선미만 수면 위로 떠올라 표류했다. 해경 헬기는 오전 10시 21분경 사고 해역에서 남쪽에서 7.4km 떨어진 해상에서 실종됐던 선원 1명을 확인했다. 해경 단정이 이 선원을 바다에서 끌어올렸지만 이미 의식과 맥박이 없었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헬기로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전 11시 56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조 당시 얼굴 등에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던 이 선원은 지문 감식을 거쳐 김모 씨(60·경남 사천)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특공대원이 선미로 2차례 진입해 수중 수색작업을 했지만 실종 선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대성호는 8일 오전 10시 38분 경남 통영항에서 갈치잡이를 위해 출항했다. 이 어선은 사고 당일 오전 3시경 인근 어선과 무선으로 교신했다. 하지만 인근 어선이 오전 6시경 대성호를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대성호에서 연기가 나고 있어 해경에 신고했다. 대성호는 당초 오전 3∼5시 갈치잡이 낚싯줄을 바다에 넣은 뒤 오전 8∼9시경 낚싯줄을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대성호에 설치된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신호는 오전 4시 15분경 사라진 것으로 보여 화재는 오전 4시를 전후에 선실이나 기관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된 선박 재질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접수 이후 헬기 11대를 비롯해 해경 함정 8척, 해군 함정 2척, 관공선 6척, 민간 어선 3척 등이 출동해 실종 선원을 수색하고 있다. 사고 해역 주변은 수온이 19도가량이고 북서풍이 초속 14∼16m로 불고 있다. 파고는 2∼3m로 다소 높아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경은 표류 예측 시스템을 통해 해류가 사고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흐른 뒤 다시 북서 방향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수색을 확대하고 있다. 야간에는 함정 등 선박 18척과 항공기 6대가 동원돼 조명탄을 쏘며 수색작업을 이어갔다. 해경 측은 실종자들이 구명조끼를 입었을 것으로 가정한다면 수온 등을 감안해 골든타임을 20일 오전 4시 전후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파도와 차가운 수온으로 신속한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관련 기관과 합동 구조 활동이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실종자 가족에게도 연락해 수색 및 구조 활동 진행 상황을 최대한 신속하게 알려주고 가능한 지원을 다해야 한다”고 조치했다. 문 대통령은 또 “주한 베트남대사관을 통해 베트남 실종자 가족에게도 연락을 취해 가족들의 한국 방문 등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광역구조본부가 차려졌으며 실종 선원 가족이 이날 오후부터 제주에서 수색 과정을 지켜봤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제주에 도착해 신속한 사고 대응을 주문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부 해상#어선화재#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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