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현병 환자 위한 치료감호소 설립 정부에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3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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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조현병 환자 등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치료감호 시설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상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20)에 대해 1심과 같이 벌금 100만 원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 실태를 내실 있게 함으로써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해 8월 A 씨는 아무 이유 없이 4세 여자 아이를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던져 뇌진탕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자폐성 장애에 조현병 증세까지 있었다.

항소심 재판에서 A 씨의 어머니는 A 씨가 치료감호소에 수용될 경우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증상이 악화될 것이라며, 다른 시설에 입소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치료감호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유일한 치료감호소인 공주 치료감호소에 사실조회를 했다. 현재 공주 치료감호소는 자폐장애로 진단을 받은 사람에 대해 약물복용 외에 다른 치료 과정이 없었다. 재판부는 공주 치료감호소에 적절한 치료가 없는데도 A 씨에 대해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지를 고민했다.

재판부는 결국 “적어도 약물복용은 지속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다만 선고 이후 치료감호를 포함한 현행 교정교화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 전환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근래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나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격리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국가와 사회가 이들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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