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아줌마, 다사다난했던 인생사…성형 중독, ‘마음의 병’ 인식 정착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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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7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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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사진=채널A
15일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한혜경 씨는 성형중독증의 여파로 얼굴이 3배 이상 커지는 부작용을 겪어 ‘선풍기 아줌마’로 대중에 기억된 인물이다.

한 씨의 사연은 2004년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방송에 따르면 젊은 시절 가수가 되고 싶었던 한 씨는 1998년부터 일본에서 밤무대 가수로 활동했다.

주변으로부터 예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평소 불만이던 사각턱을 고치기 위해 불법시술로 얼굴에 실리콘을 주입한 한 씨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져 성형에 의존하게 됐다.

실리콘 주입을 멈추지 못한 한 씨는 심지어 실리콘 대신 직접 얼굴에 콩기름, 파라핀을 넣기까지 했다.

그 부작용으로 상태가 점점 악화돼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온 한 씨는 두문불출하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월 40만 원의 정부보조금으로 어렵게 생활했다.

제작진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한 씨는 담당의사에게 “넣어라”는 환청이 들릴 때마다 얼굴에 파라핀을 주입했다고 진술했다.

한 씨의 사연이 방송된 뒤 시청자들은 그녀를 향해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한 씨의 가족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실제 수천만 원의 성금이 그녀에게 전달됐다.

한 씨는 얼굴 속 이물질을 빼내는 수술을 수차례 받는 등 시청자의 응원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신건강 상태도 호전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한 씨의 용기로 성형 중독은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마음의 병이라는 사회 인식이 정착됐다.

한 씨의 근황은 2012년, 2013년에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한 씨는 수술 후유증을 토로하면서도 “예전보다 지금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아예 밖에 돌아다니지를 않았다”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대인기피증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밖에 돌아 다닌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근황을 전했던 한 씨는 15일 57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세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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