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말 나오면 말 생기는 「말 징크스」

  • 입력 1998년 4월 3일 08시 01분


○…최근 ‘말(馬)’이 KBS 1TV드라마 ‘용의 눈물’에 이어 또다시 입방아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21일 SBS ‘3김시대’(토일 밤9·50)에서 김영삼전대통령(YS)가 말을 타는 모습이 정치권의 말(言)다툼으로 비화된 것. 이 장면은 YS(길용우)가 69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대중대통령(DJ)에게 패배한 뒤 승마를 하며 재기를 다짐하는 대목이었다.

이른바 ‘YS 승마설’은 드라마를 본 박준규자민련최고고문이 “YS가 말 타더라”하고 농담한 것을 박태준자민련총재가 4·2 재 보선 유세현장에서 옮겨 발생했다. 결국 이번 ‘호스 게이트(Horse Gate)’는 해프닝으로 판명이 났고 박총재가 유감을 표시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대중문화계의 ‘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는 지난해 ‘용의 눈물’에 태종 이방원(유동근)이 탄 말에 ‘DJ’로 보이는 영문이 찍힌 것이 방송돼 “대선을 앞두고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구설수에 시달렸다.

KBS의 한 관계자는 “그 사건이후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출연마를 모두 이 잡듯이 ‘몸수색’하는 곤욕을 치렀다”면서 “과거 말 사건은 영화의 ‘애마’시리즈로 상징되는 선정성 시비였는데 요즘은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

○…아무튼 ‘3김시대’의 제작진은 드라마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기분나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각종 대중문화 관련 조사에서 평소 ‘용의 눈물’을 자주 본다고 답변했던 DJ도 지금은 ‘3김시대’의 고정 시청자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석만PD는 “DJ가 1회 방영분을 보지 못했다는 청와대측의 요청으로 급히 복사본을 만들어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평균 10%대 안팎의 낮은 시청률로 고전중인 ‘3김시대’는 극의 흐름에 가속도를 붙여 4일 13회 방영분부터 10·26과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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