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의 게임월드]정복의 쾌감 '엠페러 배틀 포 듄'

  • 입력 2001년 7월 1일 19시 06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은 롤 플레잉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장르다. 경이적인 RTS 붐은 사실은 ‘듄2’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레드얼럿’으로 이어졌고 ‘스타크래프트’로 완성됐다. 하지만 리메이크에 가까운 ‘듄2000’을 제외하고는 듄 시리즈의 후속작은 나오지 않았다. 10년만에 드디어 나온 게 ‘엠페러 배틀 포 듄’이다.

‘엠페러’는 유명한 SF소설 ‘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행성 사이를 항해할 수 있게 해주는 신비의 물질 스파이스의 생산지인 유일한 사막 행성 ‘듄’을 놓고 여러 세력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그리고 주인공 폴은 스파이스를 통해 정신적 각성을 이루고 자신의 운명에 도전한다.

‘엠페러’의 시스템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땅 따먹기’라고 할 수 있다.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건 듄을 조금씩 점령해나가는 걸 의미한다. 물론 상대도 우리 영토로 쳐들어온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RTS들이 살리지 못했던 재미다.

‘엠페러’에서 행성 ‘듄’은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을 넘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래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샌드웜이나 회오리 바람의 존재는 아군이건 적군이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술 요소다. 얽히고 설킨 권력 투쟁도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된다.

‘듄’을 정복하고 싶다면 아트레이드, 하코넨, 오르도스의 주요 세 가문 외에 다른 하위 가문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영토마다 딸려 있는 하위 미션에서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따라서도 보급병이나 동맹 관계 같은게 달라진다.

‘엠페러’에는 운명과의 고독한 투쟁은 없다. 하지만 조금씩 영토를 넓혀 나가는 정복의 쾌감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박상우·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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