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최고야]연휴가 끝난 월요일 대처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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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소비자경제부 기자
최고야 소비자경제부 기자
몇 달 전 ‘월요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 기사에 악플이 잔뜩 달린 걸 본 적이 있다. 이 기사는 다음 날 출근을 앞두고 일요일 저녁부터 우울해하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일요일에 회사에 나가 일하면 월요병을 예방할 수 있다.” 우울한 일요일 저녁을 보내던 누리꾼들은 격분했다.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가면 주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이다. 빡빡한 일상을 사는 한국인에게 휴일은 이토록 민감한 주제다.

이틀 쉬고 출근하는 월요일도 이처럼 힘겨운데 5일 연휴 끝에 찾아온 월요일은 잔인할 수밖에 없다. 자꾸 한숨만 나오고 허리와 어깨도 괜히 뻐근한 느낌이다. 명절 증후군 때문에 가벼운 몸살로 시작한 증상이 실제 대상포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에는 ‘회복 탄력성’을 발휘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회복 탄력성이란 스트레스를 겪은 후 본래의 안정된 상태를 되찾는 능력을 의미한다. 나쁜 일을 겪은 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쓰이는 심리학 용어지만 오늘과 같은 힘겨운 월요일에도 적용해 볼 만하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비밀’의 저자인 미국 심리학자 조앤 보리센코는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3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현실을 빠르게 수용한다.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월요일이고, 휴일 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하루가 끝난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다음은 현재 상황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더라도 소중한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의 난도가 가장 높다.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스트레스를 벗어날 현실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신만의 창의적 행동으로 해결책을 찾아낼 때 심리적 만족도는 더욱 높아진다. 내 경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쇼핑, 수면 등 비생산적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긴 휴식 끝에 일상에 복귀한 다른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하는지 궁금했다.

SK플래닛의 소셜 분석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날(9월 30일) 다양한 온라인 게시 글에 언급된 단어들을 살펴봤다. 빈도가 높을 것 같았던 키워드는 ‘스트레스’ ‘우울’ ‘짜증’ ‘부담’ 등 부정적 의미를 포함한 어휘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쇼핑’ ‘게임’ ‘잠’ ‘술’ 같은 단어들이 자주 언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문맥상 자주 등장하는 ‘연휴’, ‘보내다’ 같은 무의미한 단어를 빼면 자주 언급된 단어 상위 100개에는 ‘엄마’ ‘사랑’ ‘마음’ ‘죄송’ ‘진심’ ‘부모님’ ‘감사’ 등 가족애와 관련한 표현이 다수를 차지했다. 피곤한 일상으로 돌아온 많은 이가 짜증을 내며 하루를 지낸 게 아니라, 가족과의 시간을 곱씹으며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겼다는 의미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창의적 해결책은 다른 것이 아닌 ‘가족’에게 있었다. 하루 종일 몸이 찌뿌듯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면 어떨까. 소소했던 시간들이 안겨 주는 위로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강원도의 부모님이 싸 준 삶은 옥수수를 꺼내 먹을 생각이다.
 
최고야 소비자경제부 기자 best@donga.com
#연휴#스트레스#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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