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아는게 병이 되는 갑상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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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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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인의 건강 문제를 살펴보다 보면 나쁜 면에서 세계 최고가 많다.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갑상샘암(갑상선암) 발생률도 마찬가지다.

특히 갑상샘암은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최근 10년 동안 6배나 많아져 10만 명당 여자 환자(73.5명)가 위암보다 2배나 많다. 자살률과 갑상샘암 발생률. 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왜 건강검진을 할까. 병에 걸렸을까 봐 불안해서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해지면 미리 계획을 세워 대처하는 식으로 불안을 줄이려고 한다. 주변에서 건강하던 사람이 갑상샘암으로 수술 받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덜컥 불안해져서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불안한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검사를 받는 사람도 많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정상이어서 안심할 확률은 40∼70%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이유로 숨진 사람도 부검해 보면 갑상샘 결절(혹)이 있는 경우가 30∼60%나 되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해서 안심하려고 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샘 결절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암이 생겼으면 어떻게 할지 걱정할 일이 늘어난다.

갑상샘 결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조직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미국갑상샘학회는 △우연히 발견된 결절의 크기가 1.0cm 이상이거나 △크기가 1.0cm 이하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초음파상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을 때만 조직검사를 권유한다.

이런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조직검사 하지 말고 6개월 후 초음파 검사 받으세요”라고 의사가 권고하면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면서 “괜찮을까요”라고 반복해서 물어본다. 아예 검사소견서를 떼어서 다른 병원에 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준에 합당해서 추가 검사를 권하면 혹시 암일까 두려워서인지 “좀 더 있다 받을래요”라며 회피하는 환자가 있다. 어느 경우이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사 후 환자의 마음앓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말 검사를 많이 받는 편이 좋은지 의문이 생긴다. 갑상샘암의 증가는 실제 발생건수가 늘어서가 아니라 검사를 받는 횟수가 늘어 작은 혹을 미리 발견했을 뿐이라고 학계에서는 분석한다.

갑상샘암은 우연히 발견된 후에 수술해도 예후가 다르지 않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미리 수술하고 더 오랫동안 갑상샘 호르몬약제를 장기 복용한다. 그렇다면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쪽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의사인 저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손으로 만져질 때까지 모르고 지내려고요.

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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