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봄 햇살과 20분 데이트… 뼈도 튼튼, 마음도 튼튼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박경희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박경희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사람에게도 광합성이 필요한가요?”

70세를 향해 가고 있는 여자 환자가 건강검진 뒤에 물은 말이다. 이 환자는 뼈엉성증(골다공증)과 근육량 부족이란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8년 전 골밀도 검사에서는 평생 골다공증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왕성한 사회활동을 했고 폐경기도 씩씩하게 잘 넘겼는데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환자와 면담해보니 문제가 보였다. 직장 다니는 딸을 대신해 6년 전부터 손자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장보는 것 이외의 바깥출입이 줄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집안에서 소소한 움직임은 많아졌지만 좋아하던 운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끼니는 시간 날 때 때우는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는 대다수의 주부나 조부모의 일상생활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런 생활패턴은 골밀도 감소, 근력 저하, 우울한 기분, 영양소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은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면서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배는 나오는 거미형 체형으로 바뀌기 쉽다. 더구나 실내 위주의 생활과 영양불균형 식단으로는 이런 생리적 변화를 막기 어렵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운동을 병행하면서, 근육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인인 단백질이 많은 살코기, 생선, 두부, 콩, 유제품과 같은 음식을 챙겨먹어야 한다. 집안에서 운동도 하지 않고 영양 섭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라면 따뜻한 봄날의 햇볕이 약이 될 수도 있다. 햇볕 비타민이라고도 불리는 비타민D는 뼈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 국내외 연구에서 비타민D 부족사례가 많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현대인의 생활이 실내 활동에 편중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한창 성장이 왕성한 소아와 청소년에게도 햇볕 부족 문제가 나타난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패턴을 보면 대부분 종일 교실, 학원 등 실내에서 생활한다. 운동도 지하에 있는 실내스포츠센터에서 주로 한다. 햇볕을 쬐면서 얻을 수 있는 좋은 영양소가 부족해질 위험이 높다.

일부에서는 태양광선에 과하게 노출되면 피부암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부족한 비타민D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더 클 수도 있다. 햇볕은 뼈 건강뿐 아니라 기분전환에도 영향을 준다. 햇볕은 우리 몸에서 기분조절이나 수면과 연관된 체내 물질 분비에 영향을 준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는 계절형 우울증이 심해진다. 이런 사람이라도 겨울 동안의 긴 터널을 벗어나 봄철의 햇볕을 쬐면 우울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실내에 웅크려 있지 말고 창문을 열거나 밖으로 나가서 따스한 햇볕과 바람을 몸으로 느껴보자. 하루 20분 정도 봄볕과의 데이트는 우리 가족의 몸과 맘을 건강하게 해 줄 것이다.

박경희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