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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황두진]혼란의 대한민국에 헌법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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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황두진]혼란의 대한민국에 헌법이 답한다

황두진 건축가입력 2017-03-13 03:00수정 2017-03-1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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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정문을 낭독하고있다. 동아일보DB
황두진 건축가
바야흐로 헌법의 시대다. 10일 헌법재판소는 사건번호 ‘2016헌나1’, 즉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최서원(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사실을 은폐한 것은 대의민주제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누구나 자신의 판단 근거로 ‘헌법’을 거론한다. 국가의 최상위법인 헌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는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해석의 도마에 쉼 없이 올라 간혹 개정되기도 한다는 점을 볼 때 헌법 역시 불가침의 절대적 존재는 아니다. 이런 ‘헌법의 역설’을 최근 몇 개월만큼 절절히 느껴본 적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또 있었나 싶다.

대한민국헌법 대한민국 지음·더휴먼·2016년
‘대한민국헌법’은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의 헌법이 적혀 있는 책이다. 헌법 자체의 분량이 적기 때문에 88쪽에 불과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인터넷 홈페이지(law.go.kr)에 가면 같은 내용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책을 구해 읽을 까닭을 찾는다면 뭘까. 아마도 책이라는 사물이 갖는 물성(物性)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거다.


일반적인 규격보다 의도적으로 작게 만든, 두께도 얇은 책이다. 온통 창백한 흰색이라 얼핏 연약한 존재로 보인다. 그게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일 거라 생각한다. 국민이 받들지 않고 따르지 않는 헌법은 나열한 문자의 묶음에 불과하다. 헌법의 힘은 이를 읽는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 책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출판사는 저자를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쓰고 대한민국이 읽는 책. 그 의미의 무게를 최소한의 그릇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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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2016년
‘지금 다시, 헌법’은 반대로 아주 두툼하고 묵직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역시 외관은 순백색이다. 세 명의 저자가 헌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했다. 상당 부분은 복잡한 법리 해석을 담고 있지만 법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도 배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제12조 2항의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라는 문장에 대해 ‘문장의 형식이 좀 우습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고문받지 않을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고문하지 않을 국가 기관의 의무에 대해 언급해야 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헌법 전체를 한 문장씩 찬찬히 곱씹으면서 해석과 질문을 아우르며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힘이다. 다른 나라의 헌법과 비교하면서 대한민국 헌법만이 보여주는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려 한 노력도 돋보인다.

지난 몇 달 동안 대한민국이 겪어 온 고단한 상황의 중심에 헌법이 있었다. 그 혼란의 시기를 지나며 내 안에서 끓어오른 갈등과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이 두 권의 책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황두진 건축가
#대한민국헌법#지금 다시 헌법#황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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