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人]‘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 “다독보다 ‘필 꽂힌 책’ 100번 이상 읽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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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40여 개 매장을 갖춘 농산물 전문 판매점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 대표. 그는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었던 백수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 성공을 위한 밑받침이 됐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국에 40여 개 매장을 갖춘 농산물 전문 판매점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 대표. 그는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었던 백수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 성공을 위한 밑받침이 됐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전 8시. 대부분 사람들은 이때 일과를 시작하지만 서울 송파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사람들에게는 한바탕 일을 끝내고 잠시 쉬는 시간이다. 10월 28일 오전 8시 가락시장 내 ‘총각네 야채가게’ 매장 안에서 이영석 ‘자연의 모든 것’ 대표(40)를 만났다.

“오전 4시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각 지역에서 오는 청과물을 제가 직접 하나하나 체크하거든요. 맛을 본 후 괜찮은 ‘녀석’들만 각 매장에 보내죠. 오전 8시쯤 돼야 간신히 숨을 돌리고 간단히 요기한 후 9시쯤 사무실로 출근해요.”

1990년대 초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그는 가락시장을 샅샅이 뒤지며 좋은 ‘녀석’들을 찾아다녔다. 직원 50여 명, 프랜차이즈 가맹점 40여 개에 이르는 지금도 청과물을 체크하는 건 그의 몫이다. 이 대표는 담배를 아예 태우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술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마신다. 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청과물을 제대로 감정하려면 미각을 담당하는 혀 세포가 가능한 한 많이 살아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2월 1일 개국하는 채널A 수목드라마 ‘총각네야채가게’의 주인공인 배우 지창욱. 동아일보DB
12월 1일 개국하는 채널A 수목드라마 ‘총각네야채가게’의 주인공인 배우 지창욱. 동아일보DB
이 대표는 “야채 장수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대학 졸업 후 작은 이벤트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기획안을 가로챈 선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이후 돈 한 푼 받지 않은 채 2년간 오징어 트럭 행상을 따라다니며 장사를 배웠다. 1994년 작은 트럭 하나를 마련해 채소와 과일 등을 팔기 시작했고, 1998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26m² 규모의 매장 ‘총각네 야채가게’를 열었다. 그리고는 10여 년 만에 연 매출 300억 원이 넘는 중견 식품전문 유통회사로 키워냈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최근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12월 1일 개국하는 채널A의 수목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저는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에요.”

동아일보 ‘책의 향기’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회사 직원들에게도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했다. 자기계발이나 리더십에 대한 책은 여러 권 읽으면 오히려 헛갈리기만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책을 발견하면 100번 이상 읽는다고 했다. 그렇게 찾아낸 책이 바로 ‘일본전산 이야기’이다. 이 대표는 “내가 직원들에게 바라는 인재상이 이 책에 다 들어 있다”고 했다.

“일본전산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 인재들을 뽑지 않아요. 사회에서 조금 소외된 이들을 뽑아 지독하게 훈련시켜서 인재로 만들어내죠. 어설픈 정신 상태의 일류보다는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삼류를 키우겠다는 겁니다. 실력 없으면 깡으로 하게 하는 거죠. 2009년 초 선물 받았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화장실과 안방, 서재에 한 권씩 두고 눈에 보일 때마다 읽습니다.”

이 대표는 “똑똑한 머리보다는 성실함과 강한 의지를 가져야 좋은 인재”라고 강조했다. 그런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그는 직원들에게 강하게 채찍질을 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본깨적’이다. 본 것, 깨친 것, 적용한 것의 준말인 ‘본깨적’은 이 회사 모든 직원이 분기별로 한 번씩 내야 하는 보고서다. 주로 책을 읽은 후 새롭게 깨치고 업무에 적용한 내용을 정리하는데,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1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그가 채찍질만 하는 리더는 아니다. 업무 지시를 할 때마다 꼭 “당신은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한 두 번째 책이 바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다.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 총각이던 그를 더는 총각이 아니게끔 만든 아내가 알려준 책이다.

“연애 시절 과학교사이던 아내가 읽어보라고 한 책입니다. 물에게 ‘너 정말 예뻐’ 또는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등의 말을 한 후 물의 결정을 보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망할 놈’ ‘짜증나’ ‘죽어버릴 거야’ 등 부정적인 말을 하면 결정 역시 불완전한 모양새죠. 이 책을 읽은 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나쁜 말은 하지 않게 됐어요. 직원들에게도 희망을 북돋워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요. 긍정이 성공의 가장 큰 메시지니까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이영석 대표의 추천 도서

◇일본전산 이야기/김성호 지음

장기 불황에도 10배의 성장을 이룬 ‘일본전산’의 성공적인 경영 사례를 소개한 책. 지방 영세업체로서 대기업을 이겨낸 비결, 적자에 허덕이던 경쟁업체 30여 개를 인수합병해 1년 내 흑자 기업으로 재건한 뚝심, 삼류 인재를 등용해 일류 인재로 만드는 전략 등을 살펴본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지음
물에게 말과 음악을 들려주고 글씨를 보여줄 때, 물이 보여주는 신비하고 놀라운 결과를 담은 책. 좋은 말을 들을 때 물은 아름다운 결정을 이루지만, 나쁜 말을 들을 땐 결정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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