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조선과 日민화 차이점은…”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인 교사 히라노 노부로 씨가 일본 민화를 보고 있는 한국 고등학생들에게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일본인 교사 히라노 노부로 씨가 일본 민화를 보고 있는 한국 고등학생들에게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등학교의 한 교실. 호랑이 그림과 가부키 그림이 붙어 있는 칠판 앞에 한국인 교사와 일본인 교사가 나란히 서 있다. 이 학교의 최현삼 교사와 지시로다이 히가시 소학교의 히라노 노부로 교사다. 이 학교 1, 2학년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역사수업이 시작됐다.

“조선 후기 민화와 일본 에도(江戶)시대 우키요에(浮世繪)를 비교해 보세요.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최 교사)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대답했다. “민화는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것 같고 우키요에는 초상화가 많은 것으로 봐서 좀 더 인간을 중심에 놓고 그린 것 같아요.”

이 학생이 “우키요에는 어떤 사람들이 즐겼느냐”고 질문하자, 히라노 교사는 “주로 에도시대 초기 서민 출신 화가가 그렸고 향유층 역시 서민이었다”고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이 수업은 양국 역사교사모임인 전국역사교사모임(한국)과 역사교육자협의회(일본)가 공동 집필한 공동 역사교과서 ‘마주 보는 한일사’ 발간 기념으로 이루어졌다.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할지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교실 뒤에서 일본인 교사 20여 명이 더위를 잊은 채 수업에 열중했다.

1학년생 장경수 군은 “한국 민화와 일본 우키요에를 함께 배우다 보니 한일 간 갈등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학년생 송명하 군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양국의 문화와 역사를 동시에 배워 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해야 양국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한국을 중국 문화의 중간 매개체, 혹은 근현대사에서 일본이 피해를 준 주변국 정도로만 아는 일본 학생들이 한국 역사의 다양한 부분을 균형 있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히라노 교사는 “나 자신도 ‘한국 역사를 너무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일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답했다.

히라노 교사는 “일본 검정교과서로 채택되는 데 두 차례 실패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일본 우익단체)이 내분에 빠졌지만 모임 뒤에는 일본 우익 정치인과 그들의 자본이 있는 만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