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강남 논현동 '해금정'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19분


바닷가가 고향이 아니더라도, 수산시장에 들러 바다에서 잡아 온 생선의 회를 먹는데 익숙해진 사람에게 흔한 횟집이나 일식집은 영 성에 차지 않는다. ‘양식’이라는 선입관을 배제하고 젓가락을 들어도 살점 사이사이가 슬쩍 얼어붙어 있는 생선을 내 와 ‘얼음 맛’을 강요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해금정(海金廷·02-3443-3805)’은 도심 속에서는 드물게 ‘전통횟집’이란 간판을 내건 곳으로, 수준 이상의 회 맛을 기대하는 미식가에게 권할 만하다. 최경주 김종덕 등 프로골퍼를 비롯한 유명 체육인의 단골집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메인 회는 물론 반찬으로 나오는 문어 소라 등도 빠짐없이 자연산인 것이 특징. 이 집 주방장은 “부산이나 삼천포, 고흥 녹동 앞 먼 바다에서 잡은 것을 영상 12∼13도를 유지해주는 특수 수조차를 이용해 운반한다”고 말한다.

이 집에서는 그래서 ‘제 철’이 아닌 생선은 먹을 수 없다. 요즘은 감성돔이 철이고 돌도다리는 한겨울부터 먹을 수 있다. 광어 농어 등은 항시 먹을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차별화된 맛’을 알아채기는 사실 힘들다. 단지 입에서 좀 더 쫄깃쫄깃 씹히며 오래 머물러 있다는 점, 살이 미끈미끈하고 더 탄력이 있어보인다는 점 정도다. 하지만 ‘기분상’이라도 바다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아 식욕은 분명 배가된다.

‘선수’들은 예약한 시간보다 30분 먼저 회를 쳐서 냉장 보관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하루쯤 수조에 담갔다 뺀 것을 원하기도 한다. 살짝 냉장해 두면 신선한 느낌이 잘 살아나고, 하루 쯤 묵혔다 먹는 것은 ‘스트레스가 해소된’ 생선을 먹자는 생각에서란다. 매주 수, 토요일에 가면 현지에서 방금 올라온 생선을 시차없이 먹을 수 있다.

회정식에 나오는 ‘지리미역탕’도 개운한 맛이 좋다. 회 10여쪽과 초밥 알밥 매운탕이 나오는 점심특선이 2만5000원. 회는 1인분이 최하 5만원짜리라 다소 비싼 편이다. 주차가능.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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