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술의 산길따라걷기]보폭 줄이면 에너지 절약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48분


“헉헉, 얼마나 남았어요?”

“가이드 아저씨는 숨도 안차요?”

축구 잘 한다고, 달리기가 빠르다고 산도 잘 타는 것은 아니다.

산 잘 타는 사람은 따로 있다. 요령은 ‘보행법’이다. 잘 익혀 두면 숨도 덜 차고, 힘도 덜 들이면서 훨씬 수월하고 가볍게 산을 오를 수 있다. 지금부터 그 비전(秘傳)을 소개한다.

① ‘보폭을 줄여라.’

산은 평지가 아니라 비탈이다. 때문에 평지에서 걷듯 평소 보폭과 속도로 산을 오른다면 결과는 뻔하다. 산행은 영원히 고행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있다. 경사각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보폭을 줄여야 한다. 큰 걸음은 경사각을 크게 하고 에너지 소모를 가중시킨다. 짧은 보폭의 잦은 걸음은 그 반대다. 분명히 알아 두자. 산행이란 집중적으로 짧은 시간에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소걸음이 최고다.

② ‘자기 페이스를 꼭 유지하라.’

어느 부부회원은 산행 때마다 티격태격 다툰다. 이유는 산행속도가 서로 다른데도 함께 붙어 다니려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협박’한다. “산에서는 잠시 부부의 연을 끊으라”고. 지금은 따로 산행하는데 서로가 만족한다.

사람은 저마다 신체조건과 체력이 다르다. 초보자는 늘 “저 사람을 따라 잡아야 하는데”, “왜 나만 자꾸 처질까”라는 등의 강박감을 갖는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자. 산에서 만큼은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내 속도를 유지하자. 요령은 ‘20분 걷고 5분 쉬고, 그 다음은 30분 걷고 5분 쉬고’하는 식으로.

③ ‘경사에서는 기어를 변속하라.’

한계령 고개를 오르려면 자동차의 기어는 저단이어야 한다. 3단에서 2단, 그래도 힘이 부치면 1단으로…. 저단기어에서 자동차는 속도는 느려도 힘은 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보자는 비탈길에서도 걸음의 ‘기어변속’을 하지 않는다. 지치는 것은 시간문제. 그제서야 속도를 줄인다. 걸음변속 역시 기어변속과 같다. 비탈길에서는 속도를 늦춰 힘의 과대한 소모를 막는다. 또 한가지. 직선보행 대신 지그재그로 오르자. 훨씬 힘이 덜 든다.

윤치술<고어텍스아웃도어클럽 클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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