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한다]백영서/「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 입력 1999년 6월 25일 23시 15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쏭창등 공저▼

코소보사태 와중에 발생한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의 피폭으로 중국에서 반미시위가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그 시위는 대학이 버스로 학생들을 동원한, 다분히 관제성(官製性) 시위였다는 점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이렇듯 동원된 애국주의이기에 열풍은 곧 잦아들었지만, 밑바닥에 깔려 있는 반미(反美)심리는 쉽게 봐넘길 게 아니다.

중국 밖에서는 중국인의 반미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96년 간행돼 5백만부나 팔렸다는 이 책을 일찍부터 주목해왔다. 우리 나라에서도 출간 직후 번역본이 간행됐는데, 올해 반미시위가 급등하자 재빨리 개역판을 냈다.

미국에 가본 적이 없는 중국 소장지식인 다섯 명이 분담집필한 책 전체 내용은 아주 단순명료하다. ‘추악한 미국사회’를 보여주는 것이다. 외채 가정파괴 종족차별 폭력범죄 성해방 마약으로 얼룩진 미국은 ‘늘 적수를 찾아헤매는 나라’로 국제분쟁의 음모가일 뿐이다. 반면 중국은 긴 잠에서 깨어나 21세기의 주역이 될 꿈을 꾸고 있다. 아직 경제력과 국민의 의지력이 부족하나 거대한 인구와 시장을 가진 장점을 활용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이 책을 우리 독자들이 행여 중국 이해의 ‘필독서’로 여길까 우려한다. 물론 내 강의실의 학생들이 ‘선동적이고 자의적인’ 서술의 문제점을 즉각 간파할 정도로 유치한 내용이지만, 중국인에게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세워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현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긴요하다. 중국인에게 반미는 숭미(崇美)와 동전의 앞 뒤처럼 결합돼 있는 근대체험의 한 양상이고, 애국주의는 9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사회통합의 한 방편으로 전파하고 있는 이념적 무기이다. 이 책에 표출된 중국인의 심리와 그것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울러 선동적인 주장을 펴는 책들이 종종 베스트셀러가 되는 출판풍토에 반영된 우리의 편향성 역시 마음에 걸린다.

백영서<연세대교수·동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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